25일 멕시코 티후아나의 국경에서 시위를 하던 500여명의 중미 출신 ‘카라반’을 향해 미국 국경수비대가 최루탄을 발사했다. 티후아나/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국경으로 몰려든 중미 이민자 행렬(카라반)을 막기 위해 미국 국경수비대가 최루탄을 발사하고 국경을 한때 폐쇄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시엔엔>(CNN)은 25일 캘리포니아주와 접한 멕시코 국경 도시 티후아나에 머물고 있는 카라반 500여명이 ‘망명 촉구’ 시위를 벌였다고 전했다. 이들은 캠프가 차려진 스포츠센터에서 출발해 국경까지 미국·온두라스 국기를 들고 행진하며 “우린 범죄자가 아니다”, “망명을 허가하라”라고 외쳤다.
일부 카라반이 콘크리트 수로를 가로질러 국경을 넘으려고 달려가면서 충돌이 발생했다. 멕시코 경찰이 방패를 이용해 막아보려 했지만 밀려드는 행렬에 속수무책이었다. 미국 국경수비대는 최루탄을 쏘며 저지했다. 이민자들이 쓰러져 비명을 질렀고, 부모를 따라온 아이들은 최루가스에 기침하며 눈물을 흘렸다. 미국 국경수비대는 무단 월경을 막으려고 샌디에이고-티후아나 국경에 있는 산이시드로 검문소를 한때 폐쇄했다.
콜롬비아계 미국인 영화감독 파올라 멘도자가 25일 트위터에 카라반을 향해 최루탄을 발사한 미국의 조치를 비판한 글을 올렸다. 파올라 멘도자 트위터 갈무리
멕시코 정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밀입국을 시도한 카라반 500여명을 강제 추방하겠다”고 밝혔다. 폭력적으로 국경을 넘으려 하는 것은 불법이며,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티후아나에는 카라반 5000여명이 머물고 있다. 자국에서의 폭력과 경제난을 피해 지난달 온두라스에서 출발한 행렬은 엘살바도르와 과테말라 등을 거치면서 꾸준히 늘었다. 멕시코 정부는 조만간 미-멕시코 국경 지대에 도착하는 카라반 수가 1만명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이 바라는 미국 망명 신청은 하루 100명 정도만 가능하고, 캠프 수용 인원도 700명밖에 안 돼 혼란이 커지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망명 심사 기간에 카라반이 멕시코에서 머물도록 하는 방안이 미국과 멕시코 차기 정부 간에 합의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내년 초 취임하는 멕시코 차기 정부 쪽은 “미국과 어떤 합의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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