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미국·중남미

미국 ‘노벨평화상 후보’ 사형수 윌리엄스, 형장의 이슬로…

등록 2005-12-13 19:54수정 2005-12-14 01:21

<b>“죽이지 말라” 외쳤건만…</b> 13일 미국 캘리포니아 쿠엔틴교도소 앞에서 뉴욕 할렘에서 온 들로이스 블레이클리 박사가 스탠리 투키 윌리엄스의 사형집행소식을 듣고 울부짖고 있다. 쿠엔틴/AP 연합
“죽이지 말라” 외쳤건만… 13일 미국 캘리포니아 쿠엔틴교도소 앞에서 뉴욕 할렘에서 온 들로이스 블레이클리 박사가 스탠리 투키 윌리엄스의 사형집행소식을 듣고 울부짖고 있다. 쿠엔틴/AP 연합
사형제, ‘평화 전도사’ 죽였다
전직 보디빌더이자 흑인갱단 설립자에서 반폭력 운동가로 변신한 사형수의 감형 탄원이 끝내 보디빌더 출신 주지사에 의해 거부돼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미국내 최대 흑인갱단 ‘크립스’의 설립자였지만 감옥에서 반폭력 운동가로 변신했던 스탠리 투키 윌리엄스(51)에 대한 사형집행이 13일 새벽(현지 시각) 캘리포니아 샌쿠엔틴교도소에서 이뤄졌다.

사형집행 수시간 전,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야만적 살인행위에 대한 진정한 참회의 모습을 볼 수 없다”며 마지막 감형 탄원을 기각했다. 보디빌더 출신의 슈워제네거는 1970년대에 역시 보디빌더였던 윌리엄스를 만난 적이 있다.

사형은 윌리엄스의 팔에 독극물 주사를 놓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주 정부는 그가 이날 0시35분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그는 사형 직전 “평온했고, 조용했고, 상념에 젖은 모습”이었다고 교도소 대변인은 전했다. 사형을 지켜본 지지자들도 그가 평소처럼 의연하고 평화스러운 모습이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한 교도관은 간호사가 그의 정맥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자 도와주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으나 “실의에 찬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갱두목서 반폭력 운동가로… 슈워제네거 지사 감형탄원 기각
독극물 주입으로 집행… 사형제 존폐 논란 다시 들끓어

교도소 주변엔 전날부터 몰려온 수백명이 윌리엄스의 사형 집행을 규탄했다. 이들은 그의 사망이 선언되자 “캘리포니아주가 죄없는 사람을 죽였다”는 구호를 외쳤다.


윌리엄스는 1970년대 크립스를 공동설립한 뒤 4명을 살해한 혐의로 1981년 사형 선고를 받았다. 그는 크립스 활동은 인정했지만 살인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주장했다. 인종적으로 편향된 배심원단 구성과 증인의 신뢰성 문제가 계속 제기됐다.

감옥에서도 그는 탈옥을 시도하다 적발됐고, 동료 수감자와 싸우다 독방에 수감되는 등 폭력과 반항의 기질을 버리지 않았다. 윌리엄스의 태도는 1990년대에 극적으로 바뀌었다.

그는 감옥에서 흑인 청소년들에게 갱단에 가담하지 말라고 촉구하는 동화책 8권을 썼고, 오디오테이프를 통해 반폭력 메시지를 전파해 왔다. 그의 반폭력 활동은 영화로 만들어졌고 조지 부시 대통령이 감사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2001년부터는 지지자들에 의해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됐다. 그는 죽기 며칠 전 사형대기 감방으로 옮겨진 뒤에도 수동 타이프라이터로 계속 글을 썼다고 교도관들은 전했다.

그의 구명활동엔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데스몬드 투투 주교와 영화배우 제이미 폭스·수전 서랜던, 영화 <데드 맨 워킹>의 실제 주인공 헬렌 프리진 수녀 등이 참여했다.

윌리엄스가 세운 크립스는 로스앤젤레스를 본거지로 한 흑인갱단으로, 조직원 200여명에 2만5천여명의 동조자를 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형집행 찬성론자들은 “크립스때문에 지금도 해마다 수백명의 흑인 청소년들이 숨지고 있다”고 윌리엄스를 비난했다.

미국에선 지난 2일 1천번째 사형집행이 이뤄진 뒤 사형제도 존폐논란이 다시 물위로 떠올랐다. 최근 들어 미국 법원은 효용성 논란에 휩싸인 사형 선고를 기피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