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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1.07 17:35 수정 : 2019.01.07 20:3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참모진 회의를 마친 뒤 백악관으로 돌아와 기자들에게 “국경장벽 건설을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워싱턴

트럼프 “장벽 건설은 이겨야 하는 전투”
의회 예산심의권 피해 국방비 전용 시사
정부, 6일 “인도주의 지원 8억달러 추가” 제안
민주당 “돌파구 아냐…정부 다시 여는 게 먼저”
WP, “기독교복음주의 지지층이 트럼프 생명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참모진 회의를 마친 뒤 백악관으로 돌아와 기자들에게 “국경장벽 건설을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워싱턴
“향후 며칠간 (협상이) 진행되는 상황에 따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관철하기 위해 비상사태를 선포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그는 메릴랜드 주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참모진들과 회의를 마친 뒤 백악관으로 돌아와 기자들에게 “우리는 국가 비상 상황을 보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고 현지 외신들이 전했다. 56억 달러의 장벽 건설비가 포함된 행정부의 새해 예산안을 외희가 계속 거부하면 의회를 거치지 않고 장벽 예산을 집행하겠다는 초강수를 예고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 언론들은 국방 예산을 전용하고 군대를 장벽 건설에 동원하겠다는 계획은 불법행위를 예고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문제에 군을 동원하는 것은 미국 헌법이 금지하고 있으며, 예외적 경우에만 의회의 승인 등을 거쳐 인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발언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 쪽과 민주당 지도부의 오후 담판을 앞두고 나왔다. 전날 협상에서 팽팽하게 맞선 양쪽은 이날 다시 마주 앉았으나 성과는 없었다.

백악관 쪽은 이날 의회 지도부에 보낸 서한에서, 월경자들을 수용하고 의료 지원을 제공하기 위한 ‘긴급 인도적 지원’ 예산 8억달러를 끼워넣어 57억달러의 철제장벽 예산을 요구하는 수정안을 제시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이젠 민주당이 협상에 응할 차례”라고 공을 넘겼다. 그러나 민주당은 “새 돌파구라기보다는 주말 회동 때 정부 안의 요약에 불과하다”, “정부가 다시 문을 열기 전까진 아무것도 논의할 수 없다”고 배수진을 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캠프 데이비드로 떠나기 전에도 기자들과 만나 “우린 장벽을 세워야 한다. 이건 국가안보에 관한 것으로, 다른 선택이 없다. 이겨야만 하는 중요한 전투”라며, 장벽 예산을 거부하고 있는 민주당과 타협 의사가 전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앞서 5일 <시엔엔>(CNN) 방송은 백악관의 한 관리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국경장벽 건설에 국방비를 사용하기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보도했었다.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주와 멕시코 사이의 국경에 철제 장벽이 길게 뻗어있다. 자쿰바/UPI 연합뉴스
연방정부 셧다운 16일째를 맞은 6일, 트럼프 대통령은 콘크리트 장벽이 아닌 철제 울타리 건설 방안을 대안으로 거듭 제시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나는 국민들에게 강철 담장을 건설하겠다는 걸 알렸다”며 “그들(민주당)은 콘크리트를 싫어한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에게 강철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후 늦게 트위터에도 “콘크리트 장벽보다 철제 울타리가 더 강하고 눈에 덜 거슬린다. 좋은 해법이며, 게다가 미국산 철강이다”라는 글을 올렸다. 트럼프는 앞서 철제 울타리의 새로운 디자인을 고안하기 위해 유에스(US) 스틸 및 다른 철강기업들의 최고경영진과 접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토록 국경장벽에 집착하는 이유는 뭘까? 로버트 뮬러 특검과 탄핵론의 명분으로까지 이어진 ‘러시아 스캔들’의 궁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정치적 행보라는 게 통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당시 부동산·건설 기업인으로서 러시아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었으며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에도 빌미를 주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최근 <워싱턴 포스트>의 정치 담당 칼럼니스트는 “(트럼프가 장벽에 집착하는 이유에 대한) 가장 확실한 답변은 트럼프 자신이 정치적으로 살아남는 길은 장벽을 찬양하는 저변 지지층의 유지에 달렸다는 걸 감지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특히 “재미있는 건 저변 지지층의 핵심이 트럼프의 열렬한 ‘묻지 마’ 지지층인 백인 기독교 복음주의자들에 갈수록 더 의존하는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유권자들에게 ‘장벽’은 예외적으로 강력한 토템(주술적 상징물)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경장벽에 대한 이들의 의견은 2016년 봄 대선 당시만 해도 찬성 58%-반대 42%였으나, 트럼프 취임 이후인 그해 9월엔 찬성 62%-반대 36%, 지난해 9월엔 찬성 67%-반대 31%로, 장벽 찬성론이 급증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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