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1.09 17:30
수정 : 2019.01.09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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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국경장벽 설치를 호소하기 위한 대국민 방송 연설을 진행했다. <시엔엔> 방송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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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시간대 생중계 된 국경장벽 연설
트럼프 “불법이민은 모든 미국인의 고통”
민주당 “국민 볼모로 공포 조장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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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국경장벽 설치를 호소하기 위한 대국민 방송 연설을 진행했다. <시엔엔> 방송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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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와 마약이 유입되는 걸 막기 위해 장벽이 필요하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미국인들을 인질로 삼아 위기를 조성하는 것을 중단하라.”(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미국 연방정부가 셧다운(부분 업무 정지)된 지 18일째를 맞은 8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이 생방송 연설을 통해 국경장벽 설치를 둘러싼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는 백악관 집무실에서 한 8분간의 연설에서 ‘불법 이민’으로 발생한 피해 사례와 수치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의회가 국경장벽 예산 57억달러(약 6조4천억원)를 승인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 연설은 시청자들이 가장 많이 텔레비전 앞에 모이는 오후 9시부터 <에이비시>(ABC), <시엔엔>(CNN), <폭스 뉴스>로 생중계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경 순찰대원들이 매일 우리 나라에 불법으로 들어오려는 이민자들과 대치하고 있다. 그들을 수용할 공간도 없고, 고국으로 돌려보낼 방법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국경을 통해 헤로인, 코카인 등 엄청난 양의 마약이 들어오고, 미국인 수천명이 불법 이민자들에게 잔인하게 살해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인도주의적 위기뿐 아니라 안보 위기가 커지고 있다.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산안 승인을 거부하는 민주당을 겨냥해 “콘크리트 장벽을 민주당이 원하는 강철 울타리로 변경했지만 그들은 여전히 예산 편성을 거부하고 있다. 나는 취임 때부터 우리 나라를 보호하겠다고 맹세했고 항상 그렇게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그가 공언한 ‘최후의 카드’인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방 예산과 군을 동원해 장벽 건설을 강행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비상사태를 선포할 경우 위법 시비가 일고,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과의 관계가 파탄에 이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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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낸시 펠로시(오른쪽) 하원의장과 척 슈머 원내대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설을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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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직후 민주당 지도부도 반박 연설을 했다. 펠로시 하원의장은 “그의 연설은 거짓과 악의로 가득차 있다. 인도주의 위기는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의 가혹한 정책 때문이다. 더는 미국인들을 인질로 잡지 말라”고 요구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제 분노의 정치는 통하지 않는다. 하루빨리 연방정부를 열라”고 촉구했다. 반박 연설은 민주당의 요구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직후 같은 분량으로 생중계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는 9일 다시 면담해 사태 해결을 시도할 계획이다. 12일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미국 역사상 최장 셧다운 기록(21일)을 깨게 된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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