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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1.28 11:42 수정 : 2019.01.28 21:11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듀크대 전경.

학과장 “동료 교수들, 시끄럽게 중국어 쓴 학생들 알려달라 요구”
“이름 적어두고 인턴이나 연구 프로젝트에서 걸러낼 것” 이메일
인종차별 논란에 직위 사임…듀크대 “진상 철저히 조사하겠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듀크대 전경.
미국의 명문 듀크대의 교수가 캠퍼스에서 중국어를 쓰는 학생들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볼 수 있다고 충고했다가 인종차별 논란으로 보직에서 물러났다. 중국인 유학생들이 급증한 가운데, 미-중 갈등 과정에서 캠퍼스에서도 고조된 반중 감정을 상징하는 일이다.

28일 <워싱턴 포스트> 보도를 보면, 듀크대 대학원의 보건통계학 학과장 메건 닐리 교수는 26일 대학원생 수십명에게 “생각해 볼 점”이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냈다. 닐리 교수는 이날 교수 2명이 찾아와 보건통계학 과정 대학원생들의 사진을 보여달라고 요청했다고 했다. 닐리 교수는 동료들이 학생 휴게실에서 “중국어를 쓴(그들의 표현으로는 ‘매우 시끄럽게’)” 대학원생들이 누구였는지 확인하고 싶어 했다고 밝혔다.

닐리 교수는 동료 교수들이 중국인 학생들의 행동을 불쾌하게 여겨 불이익을 주고자 신원 확인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름을 적어뒀다가, 인턴이 되거나 자신들과 함께 연구 프로젝트를 하려고 할 때” 걸러내려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굵은 글씨체로 대학원생들에게 “동료 교수들은 학생들이 영어 실력을 기를 기회를 찾지 않고, 휴게실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대화를 하는 무례함을 보인 것에 실망했다”고 전했다. 또 “유학생들은 대학 건물에서 얘기할 때 중국어를 쓰는 게 의도하지 않는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제발, 제발, 제발 유념하라”고 충고했다. 이어 “미국에 와서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배우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고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는 걸 안다. 따라서 여러분에게 큰 존경을 표한다”면서도 “그래도 (학교에서는) 100% 영어를 쓰는 것을 권장한다”고 했다.

닐리 교수의 충고는 유학생들이 괜한 일로 불이익을 받지 말라는 취지로도 읽히지만, 이메일이 인터넷으로 퍼지면서 즉각 논란이 일었다. 강의실 밖에서 영어가 아닌 언어를 쓰는 게 왜 문제냐는 것이다. 닐리 교수나 그에게 중국어를 사용한 학생들의 신원을 알려달라고 요구한 동료 교수들은 인종주의자들이며, 특별히 중국 출신 학생들을 지목한 게 불쾌하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메리 클롯먼 듀크대 의대 학장은 당일 대학원생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닐리 교수가 학과장 자리에서 사임하겠다고 요청해, 그 뜻을 즉각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또 학교 당국에 이번 사안을 철저히 조사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많은 사람이 닐리 교수의 메시지에 상처를 받고 화가 났을 것”이라며 “분명히 말하건대, 당신들끼리 대화하는 것에 관해 어떤 언어적 제한도 없다”고 했다.

닐리 교수는 지난해 2월에도 논란의 소지가 있는 이메일을 대학원생들에게 보냈다. 그는 당시 “영어로 말할 것인가 말 것인가”라는 제목의 이메일에서 “난 언어 사용을 감시하는 경찰이 되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우리 학과에서 (영어가 아닌) 모국어를 쓴다면 당신이 영어 실력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며, 기회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인상을 교수들에게 줄 것”이라고 했다.

이번 사안은 중국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웨이보에서도 수백만 뷰를 기록하는 등 중국 내에서도 반발을 부르고 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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