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가운데)이 2019년 사법연도 개시 기념식에 참석해 경례하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야권과 미국의 축출 시도에 맞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카라카스/AP 연합뉴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수입에 대한 제재를 빼들었다. 베네수엘라의 최대 수입원인 석유 판매 대금을 차단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정부를 붕괴시키겠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28일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인 ‘페트롤레오스 데 베네수엘라’(PDVSA)를 제재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해, 그 수익을 베네수엘라로 송금하는 것을 불허하는 조처가 뼈대다. 이 회사는 미국에서 정유 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석유의 41%를 미국으로 수출하며, 상당량이 미국의 정유 자회사에서 정제된다. 미국 언론들은 이 회사와 미국인의 거래도 금지된다고 보도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베네수엘라 석유 수익금은 이제 마두로 정부에 돌아가지 않으나, 이 회사가 자신을 베네수엘라 임시대통령으로 선언한 후안 과이도 의회 의장을 인정하면 제재를 피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과이도 의장 쪽으로 판매 대금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발맞춰 과이도 의장은 베네수엘라 의회에 국영 석유회사 및 정유 자회사에 새 이사진을 임명하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주수입원인 석유 판매 수입을 차단한 것은 본격적인 ‘고사 작전’에 나서는 것이다. 이런 제재는 마두로 정부에 대한 큰 타격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베네수엘라에 미국은 최대 석유 수출 상대이지만 산유량의 60%는 중국 등 다른 나라로 가고 있다. 오히려 미국 국내 석유 값 불안을 조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 미국 국내 정유회사들은 최근 몇달간 베네수엘라산 석유 수입을 줄여왔다.
마두로 정부는 그동안 미국의 경제 제재와 국내 경제 위기 속에서도 생존력을 보여왔다. 마두로 정부를 지지하는 중국과 러시아가 추가 지원을 할 수도 있다. 국제위기그룹의 이반 브리스코 중남미국장은 마두로 정부가 추가 제재에도 살아남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영국에서도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이 예치한 금괴를 마두로 정부 쪽이 인출하는 것을 막고 과이도 의장 쪽에 소유권을 넘기는 안이 거론된다. <가디언>은 베네수엘라가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에 맡긴 12억파운드(약 1조7600억원)어치의 금괴를 과이도 의장 쪽에 넘기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고위 외교 관리가 밝혔다고 전했다. 과이도 의장은 앞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에게 금괴를 자신들에게 넘기라고 요구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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