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2.07 14:00
수정 : 2019.02.07 19:36
5일부터 베네수엘라-콜롬비아 있는 주요 간선 교량 봉쇄
미 지원물자로 인해 경쟁자 과이도 세력 확대 우려 때문
마두로 대통령은 “우린 거지가 아니다”라며 호소했지만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정부의 비인도성 강조하는 보도 쏟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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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이끄는 베네수엘라 정부가 6일 미국 등이 보내온 인도적 구호물자의 국내 반입을 막기 위해 콜롬비아와 국내를 잇는 주요 간선 교량을 바리케이드로 봉쇄한 모습. 콜롬비아 출입국 당국은 베네수엘라 국경수비대가 전날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쿠쿠타/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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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들의 원조 물자는 필요 없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5일 미국 등에서 보내온 식량과 의약품 등 인도적 지원 물자의 반입을 막기 위해 콜롬비아 쿠쿠타와 서부 도시 산크리스토발을 잇는 주요 간선 도로상의 교량을 봉쇄했다. <시엔엔>(CNN) 등이 6일 촬영한 영상을 보면, 오렌지색 오일 탱커 1대와 파란색 컨테이너 2개가 교량 한가운데에 가로누워 길을 가로막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쿠쿠타는 지난달 23일 자신을 임시대통령으로 선언한 후안 과이도 의회 의장이 지난주 미국 등 외국이 보내오는 지원 물자를 받아들이겠다며 지정한 세 지점 가운데 한 곳이다. <시엔엔>은 다른 두 지점은 브라질∼베네수엘라 국경, 아직 특정되지 않은 카리브해의 한 섬이라고 전했다.
외신들은 마두로 대통령이 초인플레이션과 식량난으로 300만명 넘는 난민이 발생하는 등 인도적 위기가 이어지는데도 절실한 물자 수령을 거부하는 것은 미국 등의 지지를 등에 업은 과이도 의장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마두로 대통령은 구호대를 가장한 외국 병력이 진입할 가능성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28일 기자회견 도중 “콜롬비아로 병력 5000명”이라고 쓴 노트를 의도적으로 노출했다.
마두로 정권을 적대시하는 미국과 캐나다, 라틴아메리카와 유럽 주요국들은 과드로 의장을 임시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있다.
<에이피>(AP) 통신 등 미국 언론들은 의약품 등 구호 물자 반입이 막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숨진 환자들의 사연을 소개하며 마두로 정권을 강하게 비판했다. 신부전으로 큰 고통을 받고 있는 32살 여성은 <에이피>와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며 마두로 대통령이 조속히 국경 봉쇄를 풀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마두로 대통령의 강경한 태도는 변하지 않고 있다. 그는 4일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쥔 군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베네수엘라에 인도적 위기는 없다. 우리는 거지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과이도 의장은 “형제들이여, 구호 물자가 들어오도록 하자. 불법적 권력 찬탈이 끝나면 굶주림도 끝날 것”이라고 호소했다.
한편 과이도 의장이 주미대사로 임명한 야당 정치인 카를로스 베키오는 6일 트위터에 임시정부가 워싱턴에서 미국과 베네수엘라 정세에 대한 협의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 새해 국정연설에서 과이도 의장을 지지한다는 뜻을 다시 밝히며 마두로 대통령을 강하게 규탄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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