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3.18 17:19
수정 : 2019.03.19 08:34
FAA 기술분석팀, 실속방지 시스템 ‘위험’ 평가
에티오피아 항공기 추락사고 11일 전에 보고
당국은 개선지침 요청받고도 ‘안전’ 승인 독촉
미 국토부·검찰, 안전성 승인 과정 조사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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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737 맥스8 기종의 비행 모습. 보잉사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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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737 맥스8 기종 여객기가 넉달여 만에 두 건의 추락 사고를 일으킨 가운데, 미국 연방항공청(FAA)과 보잉이 이 기종에 처음 적용한 자동 실속 방지 시스템의 결함을 알면서도 이를 무시했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더욱이 연방항공청은 이달 10일 에티오피아항공 추락 사고가 나기 11일 전에 기술분석팀으로부터 이 시스템에 대한 ‘위험’ 평가를 보고받고도 안전성 승인을 독촉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보잉은 2015년 유럽의 경쟁사인 에어버스의 320네오 시리즈에 맞서 보잉737 맥스 시리즈를 개발해 2017년 5월부터 상업운항을 시작했다. 이 기종에는 항공기가 양력 유지에 필요한 속도를 잃고 추락하는 것을 자동으로 막아주는 조종특성향상시스템(MCAS)이 처음 장착됐다.
그런데 연방항공청의 책임자급 관리들이 소속 엔지니어들에게 이 시스템의 안전성 평가를 보잉에 위임하고 승인을 서두르라고 압박했다고 미국 <시애틀 타임스>가 17일 익명을 요구한 전현직 연방항공청 엔지니어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신문이 입수해 공개한 당시 엔지니어팀의 ‘시스템 안전 분석’ 보고서가 제기한 문제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실속(속도를 잃음) 우려가 있을 경우 추락 방지를 위해 자동으로 작동하는 수평꼬리날개 승강타의 작동 범위가 최초 설계보다 4배 이상 크게 작동해 과도한 하강을 일으키는 문제를 과소평가했다. 둘째, 실속 방지 시스템이 기수를 낮추는 현상을 조종사가 통제하려 할 때 시스템의 반응에 대한 설명이 없다. 셋째, 기체의 상승각을 감지해 실속 방지 시스템에 정보를 전송하는 센서 한 개에만 의존하는 이 시스템의 안전성 평가는 최하등급인 ‘재앙적’의 바로 위 단계인 ‘위험’으로, 안전성이 확보되기 전까지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
연방항공청 기술분석팀의 이런 평가는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라이언에어와 지난 10일 에티오피아 항공 여객기가 이륙한 직후 추락할 당시 두 사례 모두 조종사가 조종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긴급회항을 요청했던 사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보인다.
당시 기술 분석과 승인 과정을 잘 알고 있는 이들은 보잉과 연방항공청이 최근 에티오피아항공 추락 사고가 나기 11일 전에 이같은 평가를 보고받았으나 무시했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시애틀 타임스>의 문의에 대해 지난주 연방항공청은 “표준 검증 절차를 따랐으며, 지금은 바빠서 자세한 조사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보잉도 “연방항공청이 737맥스 기종의 안전성 승인 기준을 적용해 검증한 뒤 모든 기준과 법규를 충족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만 밝혔다.
항공 기술 전문가들은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라이언에어 여객기 추락은 이 기종의 실속 방지 시스템이 영향을 미친 게 분명하다며, 이는 연방항공청이 항공기 안전 검증을 항공사에 너무 많이 위임하는 부적절한 관행을 보여주는 최근 사례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에티오피아 교통장관도 17일 기자들과 만나 “사고기의 블랙박스 데이터는 지난해 라이언에어 항공기 사고와 명백한 유사성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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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인도의 한 항공사에 인도된 보잉737 맥스8 기종의 조종석. 뭄바이/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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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미국 교통부와 연방검찰은 연방항공청이 보잉737 맥스 기종의 안전성을 승인한 과정을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17일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워싱턴 소재 연방대배심은 에티오피아 항공기가 추락한 이튿날인 11일 최소 한 명의 737맥스 시스템 개발자에게 소환장을 발급했으며, 항공기 안전 승인과 관련한 문서와 이메일, 메시지 등을 이달 말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신문은 “미국에서 연방검사가 상업용 항공기에 대한 연방 감독 부처의 설계 승인 과정을 수사하거나 연방항공청과 항공기 제조사 간의 부적절한 거래 의혹에 범죄 혐의를 적용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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