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4.05 21:07
수정 : 2019.04.05 21:12
4일 기자들에게 “멕시코는 미국 자동차 산업 30% 취해”
“불법 이민, 마약 문제 개선 없으면 관세 부과할 것”
기아차 등 한국 자동차 업계에도 불똥 튈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가 난민과 마약 문제에 철저히 대응하지 않을 경우 멕시코산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멕시코에 진출한 기아차 등 한국 자동차 업계에도 파장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각)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멕시코에 1년의 경고 기간을 줄 것이다. 마약(밀수)이 사라지거나 크게 줄어들지 않으면 우리는 멕시코산 물품, 특히 차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다. 그들이 (불법 이민자를) 체포하지 않으면 관세를 부과할 것이고 일정 기간을 주겠지만, 지금부터 1년 안에 마약이 계속 쏟아져 들어오면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미-중 무역협상을 마무리짓기 위해 멕시코를 방문한 류허 중국 부총리 앞에서도 “우리가 국경을 폐쇄하겠다는 얘기를 한 뒤 3~4일 동안 멕시코는 매우 잘하고 있다. 국경 폐쇄는 매우 현실적인 얘기다. 그러나 그보다 더 현실적인 얘기는 다음해 멕시코에서 제조된 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하는 이유에 대해선 “멕시코는 내가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우리 자동차 산업의 30% 가까이를 취해왔다. 이는 매우 큰 것이다. 나는 대통령이 되기 한참 전부터 이것이 마음에 안 들었고, 그래서 오랫동안 이에 대해 강하게 말해왔다”고 말했다. 자신이 역점을 기울이는 미국 남쪽 국경을 통한 난민 문제 해결에 멕시코 정부가 최선을 다해 대처하지 않으면 이 나라 경제의 숨통을 쥐고 있는 자동차 산업에 보복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트위터에 “멕시코가 남쪽 국경을 통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불법 이민을 멈추지 않는다면 다음주 국경을 폐쇄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이후 미국 정·재계에선 갑작스레 국경을 폐쇄하면 무역이 위축돼 경제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국경을 즉시 폐쇄하지 않는 대신, 멕시코에 1년의 유예기간을 준 뒤 변화가 없으면 자동차 산업에 보복하겠다는 ‘절충론’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왜 관세를 ‘25%’로 정했는지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아직은 ‘엄포’ 단계지만, 이 계획이 실현되면 세계 자동차 산업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멕시코엔 지엠(GM)·포드 등 미국 업체는 물론 베엠베(BMW)·폴크스바겐·도요타·닛산·혼다·기아차 등 글로벌 업체들이 진출해 있다. 2017년 멕시코에서 생산된 407만대 가운데 미국 수출 물량은 66%인 270만대나 됐다. 기아차 멕시코 공장에선 지난해 30여만대를 생산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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