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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4.18 11:22 수정 : 2019.04.18 19:11

뇌물 수수혐의로 체포되기 직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알란 가르시아 전 페루 대통령. 리마/신화 연합뉴스

17일 체포 앞두고 자택서 권총으로
브라질 건설업체 수뢰 혐의로 망명 시도하기도
페루 좌파 정당 이끌며 두 차례 집권해
외신 “카리스마로 30년간 페루 정계 군림한 인물”

뇌물 수수혐의로 체포되기 직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알란 가르시아 전 페루 대통령. 리마/신화 연합뉴스
페루의 중도 좌파 정당을 이끌며 두 차례 권좌에 올랐던 알란 가르시아(69) 전 대통령이 뇌물 수수 혐의로 체포되는 과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페루 내무부는 17일 “가르시아 전 대통령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그가 자신의 머리에 총을 쐈다.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고 발표했다.

<로이터> 통신을 보면, 이날 오전 6시께 경찰이 가르시아 전 대통령을 체포하기 위해 집에 도착하자 잠시 후 집 안에서 총 소리가 들려왔다. 경찰은 그가 “변호사들에게 전화할 시간을 달라”고 요구한 뒤 2층으로 올라가 문을 잠그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밝혔다. 집으로 진입한 경찰은 총상을 입고 쓰러진 가르시아 전 대통령을 리마의 한 병원으로 급히 이송했다. 병원에선 세 차례에 걸쳐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지만, 목숨을 건지지 못했다. 마르틴 비스카라 페루 대통령은 트위터에 “가르시아 전 대통령이 응급 수술을 받은 지 몇 시간 만에 사망했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가르시아는 카리스마 있는 이미지로 지난 30여년간 페루 정계에서 중심적 역할을 해왔다. 이 호전적인 정치인은 라틴아메리카의 가장 훌륭한 웅변가이기도 했다”고 평했다.

가르시아 전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2006~2011년) 때 지하철 공사와 관련해 브라질 대형 건설사 오데브레시로부터 10만달러(1억1360만원)를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그는 지난해 11월 검찰 조사를 받기 직전 주페루 우루과이대사관에 찾아가 망명을 신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오데브레시는 2004년 이후 페루 정관계에 3000만달러의 뇌물을 제공했다고 시인한 바 있다. 알레한드로 톨레도(2001~2006), 오얀타 우말라(2011~2016), 페드로 쿠친스키(2016~2018) 등 다른 전임 대통령들도 수사를 받고 있다.

중도 좌파 아메리카혁명인민동맹을 이끈 가르시아 전 대통령은 1985년 서른여섯살에 대통령에 취임해 한때 ‘페루의 케네디’라 불렸다. 집권 1기 때는 반미 정책을 강하게 펴는 가운데 초인플레이션으로 경제적 혼란이 심화됐다. 그러나 2기 때는 자유무역 중시 정책을 추진한 데다, 주요 수출품인 광물 가격이 올라 고도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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