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5.01 18:02
수정 : 2019.05.01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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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30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총을 든 군인들이 후안 과이도 의회 의장의 지지자들과 함께 차량 위에 올라가 있다. 카라카스/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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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 대통령’ 자처 후안 과이도
군 일부 손잡고 봉기 나섰지만
군부 다수 지지 확보 못해 실패
군 핵심 대동, 방송 나온 마두로
“소규모 그룹 쿠데타” 건재 과시
1일 또 ‘마두로 퇴진’ 반정부 시위
‘한 나라 두 대통령 체제’ 분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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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30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총을 든 군인들이 후안 과이도 의회 의장의 지지자들과 함께 차량 위에 올라가 있다. 카라카스/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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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대통령을 자처하는 베네수엘라의 후안 과이도 의회 의장이 30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하기 위해 일부 군인들과 손잡고 봉기에 나섰다. 정부군과의 유혈 충돌까지 벌어졌지만, 군부 전체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봉기는 일단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과이도 의장이 1일 대규모 시위를 강행하기로 함에 따라 ‘한 나라 두 대통령’ 체제의 베네수엘라 정국이 중대 분수령을 맞고 있다.
과이도 의장은 30일 오전 카를로타 공군기지 외곽에서 수십명의 중무장 군인들과 여러 대의 장갑차에 둘러싸인 채 찍은 3분짜리 동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개했다. 그는 영상에서 “용감한 군인들이 올바른 결정을 취해 역사의 바른 편에 서겠다고 장담했다” 며 “마두로의 집권을 끝내기 위한 마지막 단계에 진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과이도 의장과 일부 군인들의 봉기는 5월1일 노동절에 예정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하루 앞두고 이뤄졌다. 그는 지난 1월 대선 부정 투표 등을 문제삼으며 재선거가 치러질 때까지 의회 대표인 자신이 임시대통령이라고 주장하며 마두로 대통령과 갈등을 빚어왔으나, 군과 함께 정권 퇴진 압박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상이 공개되자 마두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수만명이 수도 카라카스 거리로 쏟아져나왔다. 시위대는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며 해산을 시도하는 경찰에 화염병과 돌을 던지며 맞서는 등 온종일 거리 곳곳에서 충돌이 빚어졌다. 이 과정에서 장갑차가 돌을 던지는 시위대를 향해 돌진하는 모습이 방송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이날 충돌로 총상자 2명을 포함해 69명이 다쳤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과이도 의장이 봉기에 나선 시각, 미국은 적극적인 측면 공세를 펴며 ‘마두로 흔들기’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베네수엘라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미국은 베네수엘라 국민들과 그들의 자유를 지지한다”고 밝혔고,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우리는 과이도를 베네수엘라의 합법적 임시대통령으로 인정한다”고 다시 밝혔다. 특히 그는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국방장관, 마이켈 모레노 대법원장, 이반 라파엘 에르난데스 달라 대통령 경호사령관 등 마두로 대통령의 핵심 측근 3인방이 ‘마두로 퇴진’ 쪽으로 돌아섰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시엔엔>(CNN) 방송 인터뷰에서 “이날 아침 마두로 대통령이 쿠바로 망명하기 위해 활주로에 비행기까지 대기시켜뒀지만,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러시아 쪽 얘기에 그만둔 걸로 알고 있다”며 “비행기를 출발시키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몇 시간 뒤 마두로 대통령은 국영방송에 나와 건재를 과시했다. 그는 과이도 의장의 행위를 쿠데타로 규정하며 “베네수엘라를 폭력으로 채우려던 소규모 그룹을 패배로 이끈 여러분의 굳건함과 충성심, 용기에 축하를 보낸다”고 했다. 봉기에 가담한 군인을 소규모 그룹이라고 표현하며, 자신이 여전히 군부를 장악하고 있음을 내세운 것이다. 마두로 대통령의 곁엔 볼턴 보좌관이 그에게 등을 돌렸다고 주장한 파드리노 국방장관이 함께해 눈길을 끌었다. 마두로 대통령 쪽은 과이도 의장 편에 선 병력은 30명 수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과이도 의장은 온라인에 올린 동영상에서 1일 예정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동참을 호소했다. <비비시>(BBC) 방송은 군부의 지지를 확보했다는 과이도 의장의 주장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대체로 마두로 대통령 축출 시도를 실패로 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하지만 과이도 의장이 무장군인들까지 동원하며 ‘실력’을 행사하는 단계로 나아감에 따라 대규모 유혈 충돌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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