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5.06 12:05
수정 : 2019.05.06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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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항해 중인 에이브러햄 링컨호 위로 함재기 편대가 날고 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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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위협에 대응”…볼턴이 직접 발표
2일 이란산 원유 전면 금수 후 위기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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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항해 중인 에이브러햄 링컨호 위로 함재기 편대가 날고 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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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이란으로부터의 위협 증대를 이유로 중동에 항공모함과 폭격기 기동부대를 파견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이달 2일 일부 국가들에 대한 이란산 원유 금수 면제 조처를 종료하면서 이란에 대한 압박을 크게 끌어올린 데 이어 전략무기를 추가 배치하면서 중동에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5일 성명을 내어 “문제적이고 갈등을 고조시키는 언사들 및 경고들에 대응해 에이브러햄 링컨 항공모함 전단과 폭격기 기동부대를 중부군사령부 지역으로 파견한다”고 밝혔다. 미군 중부군사령부는 중동 지역을 관할한다. 볼턴 보좌관은 “우리나 우리의 동맹들의 이익에 대한 어떠한 공격도 가차없는 힘에 직면할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이란 정권에 보내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이란과 전쟁을 추구하지 많지만, 우리는 이란 정규군이나 이슬람 혁명수비대의 어떠한 공격에도 완벽히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지난 수년간 페르시아만에 항모를 배치하고, 페르시아만 국가인 카타르의 공군기지에 B-1과 B-52 폭격기를 배치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러시아 및 중국의 위협에 대응한다는 이유로 이 지역에서 전략자산 배치를 줄여왔다. 지난달 말 영국·프랑스·스페인 해군과의 연합훈련을 진행하고 지중해에 머무는 에이브러햄 링컨호는 수에즈운하를 거쳐 이란의 앞바다인 페르시아만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폭격기 기동부대는 4~6대의 폭격기와 지원 병력으로 구성된다.
<시엔엔>(CNN)은 미국 정부 관리들을 인용해, 이란의 무력 행사가 임박한 상태는 아니지만 경고의 의미로 항모 전단 등을 파견한다고 전했다. 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장관 대행은 이란 주변으로의 전략무기 증파는 “이란과 이란군이 이 지역에서 미군을 공격할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란이나 그 대리 조직인 (레바논 무장조직) 헤즈볼라가 미국의 이익을 공격한다면 이란 지도부가 직접 책임을 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번 발표는 이란에 대한 압박을 주도해온 볼턴 보좌관이 했다는 점에서도 경고 수위를 끌어올리려는 목적이 드러난다. 앞서 미국은 이란 정예 부대인 혁명수비대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에 맞서 중동 지역의 미군을 테러조직으로, 미국을 테러 지원국으로 규정한 법안에 서명했다. 또 이란은 미국의 압박에 굴하지 않겠다며, 자국을 비롯한 페르시아만 산유국들의 주요 석유 운송 통로인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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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파괴된 가자시티 건물이 골조만 위태하게 서 있다. 가자시티/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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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미국 관리는 가자지구 안팎에서 발생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군의 충돌은 미군 전력 증파와 무관하다고 <뉴욕 타임스>에 말했다. 하지만 미국-이스라엘과 이란-하마스의 밀착 관계 때문에 중동의 갈등 요소들은 서로 엮여 있다. 이스라엘군과 하마스는 가자지구와 이스라엘의 접경 지역에서 3일 발생한 총격을 시작으로 2014년 이후 가장 격렬하게 충돌해 6일까지 팔레스타인인 23명, 이스라엘인 4명이 숨졌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영토에 로켓 600발을 쐈고,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표적 320곳에 공습을 가했다. 하마스는 이집트의 중재로 이날 새벽 휴전에 합의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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