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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5.21 16:53 수정 : 2019.05.21 17:13

미국 샌프란시스코 조지워싱턴고에 설치된 ‘조지워싱턴의 생애’를 담은 벽화. 백인 병사가 학살된 원주민을 짓밟고 있는 모습이 묘사돼 있어 불쾌감을 준다는 이유로 최근 벽화를 철거해야 한다는 권고가 나오면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가디언> 누리집 갈무리

‘조지 워싱턴 생애’ 대형 벽화
학살 원주민·흑인 노예 묘사
“학생·지역 구성원에 고통줘”
SF특위서 철거 권고 내놓자
“작가 의도 무시한 것” 논란

미국 샌프란시스코 조지워싱턴고에 설치된 ‘조지워싱턴의 생애’를 담은 벽화. 백인 병사가 학살된 원주민을 짓밟고 있는 모습이 묘사돼 있어 불쾌감을 준다는 이유로 최근 벽화를 철거해야 한다는 권고가 나오면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가디언> 누리집 갈무리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조지워싱턴 고등학교. ‘건국의 아버지’ 워싱턴을 기리려고 1936년 지어진 이 학교의 로비와 계단 등으로 이어지는 1560㎡ 공간에는 그의 생애를 담은 13점의 대형 벽화가 있다. 대공황 때 뉴딜정책의 일환으로 러시아 출신 작가 빅토르 아르나우토프에게 의뢰한 것이다. 최근 이를 철거해야 한다는 검토 의견이 나오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고 <가디언>이 20일 보도했다.

논란은 학살된 원주민과 흑인 노예의 모습이 인종차별적 ‘불쾌감’을 준다는 비판에서부터 시작됐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이 문제를 두고 50년 넘게 갑론을박이 이어져왔다. 샌프란시스코 통합교육구는 이에 지난해 학교 관계자와 학생 및 졸업생, 지역 원주민·흑인 대표로 구성된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철거 여부를 두고 본격 토론에 나섰다. 1년여의 논의 끝에 지난달 말 10 대 1의 의견으로 철거 권고가 결정됐다. “벽화가 학생과 지역사회 구성원들에게 고통을 줄 수 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 직후 ‘작가의 의도를 무시한 것이며, 역사 지우기 시도’라는 반박도 만만찮게 제기됐다. 역사학자 퍼거스 보더위치는 <월스트리트 저널> 기고에서 “아르나우토프가 그런 이미지를 담은 건 워싱턴을 미화하려는 의도라기보다 그의 유산에 대한 재평가를 촉발하기 위한 것”이라며 “역사적 의미에 대해 토론하는 건 좋지만, 적어도 사실을 바로 알고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건축사가 그레이 브레친은 이 지역 미션 고교에도 스페인 선교사들이 개종한 인디언들을 가르치는 장면들을 담은 벽화가 있다며 “만일 조지워싱턴고 벽화가 철거된다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된 작품은 남아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샌프란시스코 통합교육구는 특위의 권고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통합교육구가 철거 문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겠지만, 뉴딜의 일환으로 제작된 이 벽화는 법적으로 연방 총무청 소유라서 최종 결정은 총무청이 내릴 것으로 보인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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