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가 23일(현지시각) 폭로 전문 누리집 ‘위키리크스’ 설립자인 줄리언 어산지(47)에 대해 ‘간첩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해 추가 기소했다. 사진은 지난달 어산지의 석방을 촉구하며 열린 집회의 한 장면. 런던/AFP 연합뉴스
미국 법무부가 폭로 전문 누리집 ‘위키리크스’ 설립자인 줄리언 어산지(47)에 대해 ‘간첩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해 추가 기소했다. 지난달 영국에서 체포된 어산지가 미국으로 송환되면, 애초 예상됐던 ‘최대 5년’보다 더 긴 징역형을 선고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법무부는 23일(현지시각) 기밀 정보의 불법 수집·공개 등에 관여한 어산지에 대해 간첩법 위반 혐의 등 17개 혐의를 추가했다고 밝혔다. 어산지는 2010년 3월 미국 육군 정보분석 요원이었던 첼시 매닝(개명 전 브래들리 매닝)의 도움으로 기밀자료를 빼낸 뒤 미군과 외교관들의 기밀 정보원의 신원 등을 공개했다. 미 법무부는 이를 통해 어산지가 미국 정부 요원들의 목숨을 위태롭게 했다며 혐의를 추가한 것이다. 어산지는 이미 지난해 최대 5년형 선고가 가능한 컴퓨터 해킹 공모 혐의로 기소된 바 있어, 혐의는 18개로 늘어났다. 이 혐의가 모두 인정되면 175년의 형을 선고 받는다.
<로이터> 통신은 기밀을 유출한 공무원 등에게 적용되던 간첩법 위반 혐의를 기밀을 공표한 이에게까지 적용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기밀 정보를 수집·출판하는 행위에 가담한 이들을 간첩죄로 처벌하면 미국 수정헌법 1조에 위배될 수 있어,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이 혐의로 어산지를 기소하지 않았다.
어산지의 변호인인 배리 폴락은 “전례 없는 이번 기소는 미국 정부가 취한 행동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애쓰는 모든 언론이 처한 위협을 보여준다”고 반발했다. 언론단체인 ‘언론 자유를 위한 기자위원회’도 이번 일이 언론 자유에 “대단히 심각한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뉴욕타임스>도 사설을 통해 “언론을 ‘국민의 적’으로까지 낙인 찍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위험한 비방 수위를 넘어 미국 언론 자유의 핵심 근간을 공격하는 선으로 나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 법무부는 어산지의 행동은 미국 수정헌법 1조의 보호를 받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존 디머스 법무부 차관보는 “언론인이든 누구든 책임감 있는 자라면 기밀 정보원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개인의 이름을 고의로 공개해 그들을 엄청난 위험에 처하게 하진 않을 것”이라며 “어산지는 언론인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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