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6.27 18:06
수정 : 2019.06.27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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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려고 일본 오사카를 향해 출발하기 전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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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그란데강서 익사한 부녀 사건에
“민주당, 법만 고쳤어도” 화살 돌려
“망명신청 뒤 멕시코서 머물도록 한
‘이민자 보호 규약’ 망명자 생명위협”
담당 공무원들, 이례적 법정 의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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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려고 일본 오사카를 향해 출발하기 전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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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민주당 책임이다. 민주당이 법만 고쳤어도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다.”
미국-멕시코 국경의 리오그란데강에서 엘살바도르 출신 2살배기 딸이 20대 아빠의 목을 끌어안은 채 주검으로 발견된 사건에 대해 26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백악관을 떠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이런 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국경을 열어두니까 사람들이 익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주장대로 국경장벽을 세웠다면 아예 넘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을 텐데, 민주당이 반대해 비극이 발생했다는 논리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수치스러운 발언”이라고 이를 비판했다. “이 나라 행정부 수장은 당신이고, 국경에서 일어나는 일을 관장할 책임은 당신에게 있”는데 누구에게 책임을 돌리냐는 것이다.
미국 언론에서는 엘살바도르 부녀가 리오그란데강을 헤엄쳐 건너는 위험한 선택을 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반이민 정책의 일환으로 지난 1월부터 시행시킨 ‘이민자 보호 규약’ 때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규약은 망명 허가가 떨어질 때까지 미국 땅에 발을 붙이지 못하고 멕시코에서 대기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멕시코에 머물며 심사를 기다리는 사람이 1만4천명이 넘는다. 지역에 따라선 아예 망명 신청 서류조차 받아주지 않는 데다, 망명 허가까지 길게는 몇년이 걸릴 수도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중남미 이주자들은 치안 상황이 불안한 멕시코에서 대기하기보다는 밀입국해 국경수비대에 자수한 뒤 수용시설에 머무는 편이 빠르고 안전한 방법으로 통한다고 전했다. 이번에 목숨을 잃은 에콰도르 부녀도 망명 신청을 위해 멕시코에서 두 달을 기다리다 도강을 선택했다.
밀입국 시도자들이 늘면서, 수용시설과 예산 부족도 심각해지고 있다. 텍사스주 엘파소의 한 시설은 정원이 200명인 공간에 900명이 수용되기도 했다. 부모와 격리된 어린이들이 머무는 시설에 비누와 치약 등 기본적 생필품조차 제공되지 않아 비인도적 처우에 대한 비난도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망명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이민자 보호 규약 시행으로 이주자들의 생명이 위협받는다며 캘리포니아 제9순회항소법원에 정책 시행을 중단시켜달라는 37쪽짜리 의견서까지 제출했다. 앞서 미국시민자유연맹은 망명 신청자들을 미국 수용시설에 두지 않고 멕시코에 머물게 하면 심각한 인권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소송을 냈다. <워싱턴 포스트>는 연방 공무원들이 ‘고용주’인 대통령의 정책을 공개적으로 규탄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이주자 수용·보호 예산이 이달 말이면 바닥난다며, 남서부 국경지역에 대한 긴급 지원 예산안 처리를 촉구했다. 하지만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각 하원과 상원에서 서로 다른 법안을 통과시킨 뒤 맞서고 있어, 이를 절충한 수정안에 합의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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