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9.24 14:51
수정 : 2019.09.24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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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2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뉴욕 유엔본부로 들어서며 기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을 굳은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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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 연설
“미래세대 보고 있다” 기후대책 촉구
회의장서 마주친 트럼프 쏘아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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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2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뉴욕 유엔본부로 들어서며 기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을 굳은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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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세대의 눈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만일 당신들이 우리를 저버린다면, 우리 세대는 결코 당신들을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세계 각국 정상들을 호되게 질타하며 하루빨리 기후변화 대책 마련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세계 각국 정상들과 정부 대표, 산업계 및 시민사회 지도자, 국제기구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23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 자리에서다.
지난해 스웨덴 의회 앞에서 기후변화에 항의하는 1인 시위를 시작하며 전세계적 ‘기후 파업’을 주도해온 툰베리는 이날 단상에 올라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는데도 각국 정치 지도자들은 돈 타령과 영구적 경제성장 타령만 하고 있다”며 매서운 비판을 쏟아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툰베리는 이날 연설에서 단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반바지를 입은 예언자’란 비아냥으로 자신의 촉구를 폄훼했던 기존 정치권 등 ‘어른들’의 무책임을 비판하듯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나는 이곳이 아니라 대서양 건너편의 학교에 있어야 했다”며 “여러분은 빈말로 내 꿈과 내 유년기를 빼앗아갔다"고 일침을 날렸다. 툰베리는 이날 때때로 격한 감정을 겨우 참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3분간의 연설을 이어갔다.
툰베리의 성토가 울려 퍼진 이날 회의에선 “2038년까지 탈석탄국이 되겠다”(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파리기후변화 협정에 서명하지 않은 국가와는 무역거래를 하지 않겠다”(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는 등 약 60개국 정상들이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자국의 계획 등을 발표했다. 하지만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과 중국이 이렇다 할 대책을 놓지 않아 실질적 성과를 거두진 못 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후변화론은 중국이 만들어낸 사기”라고 비난하며 2017년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한 파리기후변화 협정에서 탈퇴했을 때부터 예고됐던 일이기도 하다.
다른 일정을 핑계로 이날 기후행동 정상회의 불참을 통보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의장을 ‘깜짝’ 방문했다. 이날 카메라엔, 트럼프 대통령이 회의장에 도착해 떠들썩하게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을 굳은 얼굴로 쏘아보는 툰베리의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어색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던 트럼프 대통령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연설까지만 듣고 단 15분 만에 회의장을 떠, 툰베리의 따가운 비판을 직접 듣지는 못 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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