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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9.26 18:06 수정 : 2019.09.26 19:45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가 지난 24일 뉴욕 유엔본부 밖에서 열린 이란 정권 교체 촉구 집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9·11 당시 뉴욕시장을 지낸 줄리아니는 미국 정치권을 ‘탄핵 소용돌이’로 몰아넣은 ‘우크라이나 스캔들’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 “줄리아니와 통화를” 젤렌스키에게 8차례나 언급
‘러시아 스캔들’ 수사 종료 이후 우크라이나 이슈 개입
공식 외교라인 밀어내고 대사 해임·군사지원 중단 주도
‘월권’ 지적에 줄리아니 “FBI가 바이든 조사 제대로 안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가 지난 24일 뉴욕 유엔본부 밖에서 열린 이란 정권 교체 촉구 집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9·11 당시 뉴욕시장을 지낸 줄리아니는 미국 정치권을 ‘탄핵 소용돌이’로 몰아넣은 ‘우크라이나 스캔들’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줄리아니는 대단히 존경받는 사람이다. 뉴욕 시장을 지냈는데, 훌륭한 시장이었다. 그와 통화했으면 좋겠다. 그더러 법무장관(윌리엄 바)과 함께 당신에게 전화하라고 하겠다. 루디는 ‘상황’을 대단히 잘 알고 있는, 능력 있는 친구다. 그와 얘길 해보면 좋을 것 같다.”

25일 미국 백악관이 공개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통화 녹취록 내용 일부다.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조사를 은근히 압박하는 내용이 담긴 이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루돌프(루디) 줄리아니의 이름을 8차례나 언급하며 그와 통화할 것을 종용했다.

미국 정치권에 ‘트럼프 탄핵’이라는 메가톤급 폭탄을 안긴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핵심 인물로 줄리아니가 지목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구이자 개인 변호사에 불과한 그가 올해 초부터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의 갑작스러운 해임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 중단 결정 등에 개입하며 모든 것을 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이날 보도했다.

줄리아니가 나서면서 국가안보회의나 국무부 등 공식 외교라인이 뒷전으로 밀려 우크라이나 관련 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줄리아니의 동정 보도를 짜맞춰가며 상황 파악에 나서야 했을 정도다. 이런 상황 때문에 ‘문제의 7월25일 통화’가 있기 전부터 일부 관료들 사이에선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이 정치적 이득을 위해 우크라이나의 새 지도자를 지렛대로 삼으려고 준비하는 것 같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적 ‘바이든 흠집 내기’의 기회로 활용할까 봐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회담이나 통화 기회를 만들지 않으려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줄리아니가 ‘우크라이나 이슈’에 개입하게 된 것은,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특검 수사가 종료된 지난 3월 이후다. 줄리아니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말기에 임명된 마리 요바노비치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가 폴 매너포트 전 선거대책본부장의 정보를 뒤에서 넘기면서 특검을 도왔다고 주장하며 그의 교체를 주도했다. 그의 교체 이후에는 “우크라이나의 부정부패를 파악하겠다”며 우크라이나 방문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당시 <뉴욕 타임스> 인터뷰를 보면, 줄리아니는 “선거에 개입하려는 게 아니라, 수사에 개입하려는 것이다. 우리에겐 그럴 권리가 있다”며 젤렌스키 신임 대통령에게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겠다는 뜻을 대놓고 밝히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면서 우크라이나 방문을 취소하긴 했지만, 이후 이어진 보도와 이날 공개된 트럼프-젤렌스키 대통령의 통화 녹취록 등을 보면 줄리아니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보좌관을 만나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해 조사하라고 압박한 정황이 속속 드러난다.

월권 논란과 함께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핵심 배후 인물로 지적된 것과 관련해, 줄리아니는 “국무부 요청에 따라 움직였을 뿐, 그 전까지만 해도 우크라이나 관료들과 얘기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날 <폭스 뉴스>에 출연해 오히려 바이든 전 부통령의 비리가 문제라며 “연방수사국(FBI)이 정치적 편견 때문에 (바이든 일가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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