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0.03 18:06
수정 : 2019.10.03 18:08
트럼프, 외국정상과 기자회견서 민주당 지도부에 욕설 공세
‘부패꾼 바이든’, ‘구린내 시프’, ‘천막촌의 펠로시’
민주당, “우린 놀고 있는 것 아니다”…소환장 발부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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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워싱턴을 방문한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40분간 진행된 공동기자회견을 두고 “핀란드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불만과 피해자 의식, 허풍 사이에서 롤러코스터를 탔다”고 평가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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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 정가가 ‘욕설’과 ‘공갈’로 채워지고 있다. 대통령 탄핵을 놓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이 서로 원색적인 비난을 주고받으며 충돌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워싱턴을 방문한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전 머리발언과 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민주당 지도부들에게 조목조목 비판하며 욕설과 비속어를 퍼부었다.
그는 바이든 전 부통령과 아들 헌터 바이든을 “냉혹한 부패꾼”이라며 바이든은 “과거보다도 지금 더 멍청하다”고 말했다. 특히,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에게 분노를 쏟아부었다. “구린내 나는 시프” “밑바닥 인생”이라며 시프 위원장이 “망신스럽게 자리에서 물러나야만 한다”고 공격했다. 트럼프는 “솔직히 말해, 그를 반역죄로 봐야만 한다”며 시프가 자신에 대한 탄핵조사를 촉발한 “내부고발자의 고발을 작성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내부고발자도 깎아내렸다. 그는 “이 나라는 이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아야만 한다. 왜냐하면 내 생각에 그 사람은 스파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탄핵조사 전체가 “거짓말”이라며 “미국 국민에 대한 사기 범죄”라는 딱지를 붙였다.
트럼프는 ‘무엇이 반역이냐’고 물은 기자에게는 “건방지다”며 반박했다. 그는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아는가. 당신 같은 사람들과 이 나라에 있는 가짜 뉴스 미디어”라며 “많은 경우에 부패한 미디어다. 당신이 부패했기 때문이다. 이 나라의 많은 미디어는 단지 가짜가 아니라 부패했다”고 언론을 싸잡아 비판했다. 트럼프는 하원의 소환장 발부에 대해, “펠로시는 소환장을 마치 쿠키처럼 나눠준다”며 “소환장을 원한다고? 여기 있다. 가져가라”고 비꼬기도 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40분간 진행된 공동기자회견을 두고 “핀란드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불만과 피해자 의식, 허풍 사이에서 롤러코스터를 탔다”고 평가했다.
앞서 트럼프는 트위터에서 “아무것도 안 하는 민주당은 내가 2016년에 223 대 306으로 압도적으로 당선된 이후 그들이 벌여온 ‘개소리’에 모든 사람의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지 말고 우리 나라를 건설하는 데 집중해야만 한다”고 비난했다. 트럼프는 펠로시 하원의장은 자신의 지역구인 샌프란시스코에 집중해야만 한다며, 샌프란시스코는 노숙자들의 “천막촌”이라고 빈정댔다.
민주당도 백악관을 향해 탄핵조사를 위한 자료 제출과 증인 출석 등을 압박했다. 펠로시 의장과 시프 위원장은 이날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탄핵 과정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트럼프를 반박했다. 시프 위원장은 “우리는 여기서 놀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내부고발자에 대한 대통령의 언사는 “증인을 겁박하는 뻔뻔한 노력” “폭력 선동”이라고 비난했다. 펠로시 의장은 <에이비시> 방송 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겁을 먹었다고 생각한다”며 그가 조사를 방해하려고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쪽은 백악관이 의회 조사를 막고 자료제출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이번주에 소환장을 발부하겠다고 위협했다. 일라이자 커밍스 하원 정부감독개혁위원장은 소속 의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지난 몇주 동안 위원회들은 자료 요청에 대해 자발적인 협조를 얻으려 했으나, 백악관은 위원회에 대꾸도 하지 않았다”며 믹 멀베이니 비서실장 대행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7월 통화와 기타 관련 사안에 관한 서류 13건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커밍스 위원장은 소환장을 4일에 발부하겠다고 밝혀, 백악관 및 공화당과의 충돌은 더 격렬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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