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1.04 17:48
수정 : 2019.11.05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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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야시르 오스만 알루마이얀 회장(오른쪽)과 아민 나세르 최고경영자(CEO)가 3일 동부 다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우디 자본시장청은 이날 아람코의 국내시장 기업공개(IPO)를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다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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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가이아나, 내년부터 하루 12만배럴 생산
브라질·노르웨이·캐나다도 생산량 폭증 전망
10년 전 ‘셰일가스 붐’처럼 유가 하락 가능성
석유 의존 국가들 정치 지형에도 영향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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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야시르 오스만 알루마이얀 회장(오른쪽)과 아민 나세르 최고경영자(CEO)가 3일 동부 다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우디 자본시장청은 이날 아람코의 국내시장 기업공개(IPO)를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다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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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작은 나라 가이아나. 미국의 글로벌 에너지 기업 엑손모빌은 인구 80만명인 이 나라 인근 심해에서 4년 전 엄청난 양의 경질유가 매장된 유정을 발견했다. 유전 개발이 이뤄지기 시작하면서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던 이 나라에선 내년 초면 하루 12만배럴, 2025년엔 75만배럴 이상의 석유가 뿜어져 나올 예정이다.
가이아나를 비롯한 브라질·캐나다·노르웨이에서 석유 생산량이 폭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통적 산유 강국이 아닌 이들 4개국의 석유 생산량 급증이 국제 기름값 추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10년 전 ‘셰일가스 붐’ 때처럼 국제 석유시장의 갑작스러운 역학 변화가 예고된다고 <뉴욕타임스>가 3일 보도했다.
현재 전세계 석유 생산량은 하루 8천만배럴 수준이다. 신문에 따르면, 가이아나를 비롯한 이들 네 나라에선 내년이면 하루 100만배럴에 가까운 석유가 생산될 예정이다. 노르웨이의 국영 석유업체 에퀴노르(옛 스타토일)는 최근 북해의 요한 스베르드루프 심해유전에서 석유 생산에 들어갔다. 캐나다 남서부 앨버타주에서 미국 위스콘신주를 잇는 1600㎞ 규모의 ‘라인3’ 송유관도 거의 완공돼 최종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생산량이 급증한 브라질은, 곧 석유 150만배럴 정도가 매장된 지역의 석유 시추권을 경매할 예정이라, 이들 국가의 산유량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와 이란에 석유 수출 금지 조처 등 강력한 제재를 하는 상황임에도 전세계 석유시장은 이미 과잉 상태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들 4개국에서 이뤄진 신규 생산량만으로도 향후 2년간 전세계 수요 증가분을 감당하고도 남는 수준으로 보고 있다. 지구온난화에 대한 우려와 전세계 석유 수요 감소 추세 속에 이들 국가의 석유 생산량마저 급격히 늘어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배럴당 50달러 중반선에 머물고 있는 세계 기름값의 추가 하락은 불가피해 보인다.
기름값 부담에 허리가 휘는 소비자나 석유 수입국에서야 반가운 소식이지만, 감산을 통해 석유값을 떠받쳐온 업계엔 수익성 악화 요인이 되고, 석유 수익에 의존해온 나라들엔 정치 지형을 바꿀 수 있을 만큼 중대한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아람코가 정유시설 공격을 받은 이후에도 서둘러 이날 역대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밀어붙인 것도, 이들 4개국의 석유 생산량 증대가 미칠 영향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아울러 셰일가스 투자로 아직 큰 수익을 보지 못하고 있는데다 주가 하락까지 겪고 있는 미국 석유업계에도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 내다봤다.
당장 미국 석유업계 대표들은 노스다코타와 오클라호마, 루이지애나, 콜로라도 등에서 시추가 줄어들고, 앞으로 몇년 안에 배럴당 50달러 선까지 기름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규모 업체들의 파산·합병 사태도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에너지 경제학자인 필립 베를레거는 “석유업계가 자금 고갈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며 “내가 업계 관계자였다면 죽을 만큼 두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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