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2.03 17:56
수정 : 2019.12.04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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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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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 평가절하 주도해 미 농부들에게 피해”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15개월 만 재개
대선 앞 ‘농심’ 붙들기…보복으로 비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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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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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를 재개하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두 나라가 인위적으로 통화 약세를 유지하는 바람에 미국의 농산물 수출 경쟁력 유지가 어려워졌다는 게 이유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여파로 주요 지지세력인 농민층이 큰 타격을 입자, 내년 대선을 앞두고 ‘농심’을 붙들기 위해 확전에 나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는 2일 오전 트위터를 통해 이런 내용을 깜짝 발표한 뒤 “즉시 효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두 나라의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부활시키기로 한 것은 1년3개월 만이다. 트럼프는 지난해 3월 ‘국가안보 위협’을 명분으로,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가, 지난해 8월30일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한국 등에 대해선 선별적으로 면제를 허용하기로 했다. 이날 트럼프의 발표에 깜짝 놀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대화로 풀어보자며 미국과 협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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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를 재개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메시지. 도널드 트럼프 트위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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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두 나라에 관세 부과 카드를 꺼내 든 것은, 미-중 무역전쟁의 정치적 결과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미-중 무역전쟁 과정에서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에 보복 관세를 부과함에 따라, 중국 업자들은 브라질·아르헨티나 등으로 대두(콩)의 수입처를 돌렸다. 이에 1년 새 미국 농가의 파산이 24%나 급증하는 등 미국 농민층이 큰 타격을 입었다. 투자회사 마틴커리의 킴 카테키스 투자전략 총괄 대표는 <로이터> 통신에 “다수의 브라질 사람에게 이번 조처는 (미-중 무역전쟁 와중에 중국의 수입처 변경으로) 수지맞는 장사를 하고 있는 브라질 대두 농가에 대한 ‘보복’으로 비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주장과는 달리,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달러 대비 자국 통화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설명은 이런 해석에 더욱 힘을 싣는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모니카 드볼레 선임연구원은 “트럼프가 실제 말하고 싶은 것은, ‘당신들이 대중국 농산품 수출을 좀 줄여줘야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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