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가 여론에 영향을 주기 위해 돈을 주고 기자들을 고용한 뒤 국제뉴스를 다루는 2개의 인터넷사이트를 운영해온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미 유럽주둔사령부는 1999년부터 발칸지역 소식을 담은 웹사이트 <사우스이스트 유러피언 타임스>를 운영하면서, 50여명의 기자들에게 돈을 주고 기사와 논평 등을 받아 싣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5일 보도했다. 이 웹사이트는 ‘정보전’의 일환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인터넷의 국제뉴스 사이트에 올라 있는 ‘잘못된 보도’에 대응해 여론에 영향을 주기 위해서 활용되고 있다.
이 웹사이트는 민간 뉴스사이트와 거의 구별할 수 없으며, 웹페이지 아래의 작은 아이콘을 클릭해야만 미 국방부 후원을 받고 있다는 메시지를 볼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국방부의 이런 사이트 운영은 정부정책 홍보와 기사보도의 구분을 모호하게 한다는 점에서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널리즘 우수성 프로젝트’라는 민간단체의 톰 로젠스틸 국장은 “(이 웹사이트들엔) 사기 요소가 있다”고 비판했다.
미 국방부는 북부 아프리카 지역에서도 <마그레비아>란 비슷한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웹사이트는 기자들에게 돈을 주고 기사를 받는 단계까지 가진 못했다.
인터넷사이트들이 논란이 되자, 국방부 감찰관은 기자들에게 돈을 주고 기사를 받는 행위가 적절한지에 대한 내부조사에 착수했다고 로런스 디 리타 국방부 대변인이 밝혔다.
최근 교육부 등 일부 행정부처에서 언론인에게 돈을 주고 정부 정책을 지지하는 칼럼을 써달라고 부탁한 사실이 드러난 뒤 조지 부시 대통령은 “앞으로 그런 관행을 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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