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14일 11분짜리 영상 메시지를 공개하며,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UPI 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14일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단합을 촉구하며 민주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지지한다고 공개 선언했다. 강력한 경쟁자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에 이어, 민주당 지지층은 물론 미국인 대다수에게 여전히 영향력이 높은 오바마 전 대통령까지 지지에 가세함으로써 바이든에게 힘이 실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오바마는 이날 공개한 11분 분량의 영상 메시지에서 “코로나19 위기는 우리에게 능력있는 정부의 중요성을 일깨워줬다”며 “조는 암울한 시기 우리를 이끌고, 긴 회복 과정에 우리를 치유할 수 있는 자질과 경험을 갖췄다”고 밝혔다.
그는 “지식과 경험, 솔직함, 겸손, 공감, 품위가 이끄는 리더십은 개별 주나 시에만 필요한 게 아니라 백악관에도 필요하다”며 “내가 자랑스럽게 바이든을 미국 대통령으로 지지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내가 (2008년) 바이든을 부통령으로 택한 것은 최고의 선택 중 하나였으며, 바이든은 지금 대통령에게 필요한 모든 자질을 갖추고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오바마는 이날 메시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백악관과 상원을 차지한 공화당은 진보에는 관심이 없고 권력에 관심이 있다”고 비판하며 정권교체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부패와 무신경, 가짜정보, 무지, 비열함으로 대표되는 정치에 맞서 미국인들은 지금 단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전날 바이든의 지지를 선언했던 샌더스를 “노동자들의 희망과 꿈, 좌절에 목소리를 불어넣는 데 인생을 바쳤다”고 치켜 세우며 “우리는 모든 것에 의견을 같이 한 것은 아니지만 미국을 더 공평하고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로 만들어야 한다는 확신을 늘 공유했다”고 강조했다.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첨예해진 민주당 내 중도와 진보 사이의 갈등을 다독이며 샌더스의 주요 지지층인 청년층과 진보 성향 유권자들을 바이든 쪽으로 유도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오바마는 그간 바이든에 대해 깊은 신뢰를 나타내면서도 그의 대선 출마는 말렸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대선과 관련한 공개적인 발언 및 행보를 자제해왔다. 오바마의 공개 지지 표명에, 바이든 쪽은 크게 고무된 분위기다. 이를 계기로 당내 주요 인사들의 지지가 이어지며, 선거운동 캠프가 겪고 있는 자금난을 해소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힐러리 클린턴 등도 조만간 지지 대열에 합류할 것이라는 관계자들의 얘기를 전했다.
한편, 트럼프 쪽에서는 오바마의 지지 선언이 대선에 미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깎아내렸다. 트럼프 대통령 재선캠프의 브래드 파스칼 선대본부장은 이날 성명을 내어 “지금 민주당 진영에 남은 후보가 바이든 뿐이라, 오바마에겐 바이든 지지 외 선택지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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