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정부군 병사들이 4일 베네수엘라 해안을 침공하려는 ‘용병 급습’ 사건과 관련해 체포된 용의자를 호송하고 있다. 이 장면은 베네수엘라 국영 텔레비전이 이날 보도한 장면이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출신 용병들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축출을 위해 베네수엘라에 잠입하려다 적발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1960년대 초반, 미 정보기관이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정권을 전복하기 위해 쿠바 망명자들을 사주해 일으켰던 ‘피그스만 침공’ 사건을 연상케 하는 사건이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번 사건의 배후로 미국을 지목하고 나서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마두로 대통령 등 혁명정부의 지도자들을 체포하겠다는 목적으로 콜롬비아를 출발해 지난 3일 새벽에 쾌속정을 타고 수도 카라카스 인근 항구도시 라과이라를 침공하려던 미국 시민 2명이 포함된 용병들을 체포하고 8명을 사살했다고, 베네수엘라 정부가 4일 발표했다. 체포된 미국 시민 두 사람은 루크 덴먼(34), 에런 베리(41)로, 미 특수부대 출신 퇴역 군인이라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은 전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국영방송에 나와 체포된 미국 시민 두 사람이 갖고 있던 미국 여권을 흔들어 보이며 “미국 정부가 실패한 급습 작전에 전면적이고도 완벽하게 개입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8년 베네수엘라 대선 이후 미국이 마두로 대통령 대신 ‘임시 대통령’을 자임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지지하며 다방면에서 마두로 축출 작전을 벌여왔는데, 이번 급습 작전도 그 일환이라는 것이다.
타레크 윌리엄 사브 베네수엘라 검찰총장은 이와 관련해 과이도 쪽이 마두로 축출을 목적으로 미국 용병 업체와 2억1200만달러(약 2600억원)의 계약을 맺고 이번 작전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 국영방송은 이날 미국인 두 사람 외에 수갑을 찬 채 무릎 꿇고 앉아 있는 다른 용병들의 모습도 보여줬는데, 이들 가운데엔 1년 전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군부 쿠데타에 가담했던 국가경비대 대위 안토니오 세케아도 포함됐다고 <에이피> 통신은 전했다. 집권 사회당의 디오스다도 카베요 부의장은 미국과 미국의 마약단속국(DEA) 그리고 콜롬비아 정부가 이번 사건을 배후에서 조율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미 육군 특수부대 그린베레 출신으로 플로리다에서 보안업체 ‘실버코프 유에스에이’를 운영하는 조던 구르도는 마두로 정권을 타도하기 위해 과이도 쪽과 계약을 맺고 자신이 이번 작전을 수행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에이피>(AP) 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체포된 두 미국인은 과거 자신과 함께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에 함께 참전했던 이들이라며, 이번에 베네수엘라 ‘해방’을 위한 ‘기드온 작전’이라는 임무를 수행했다고 인정했다. 그는 다만 과이도가 이 계약을 이행하지 않아, 자금 지원이 없는 상태에서 작전을 강행했다고 설명했다.
과이도 쪽은 물론, 미국과 콜롬비아 정부는 모두 이번 사건이 자신들과는 무관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오히려 베네수엘라 정부가 자국 문제에 대한 책임을 돌리기 위해 이번 사건을 조작한 것이라고 반박한다. 미국 정부는 이 사건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미국 관리가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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