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각)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존 루이스 하원의원 장례식 추도사에서 “국민의 (대선) 투표를 좌절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권력자들이 있다”며 우편 투표 확대에 따른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11월 대선 대선 연기 가능성을 거론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애틀랜타/AP 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국민의 (대선) 투표를 좌절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권력자들이 있다”며 우편 투표 확대에 따른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11월 대선 대선 연기 가능성을 거론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각)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존 루이스 하원의원 장례식 추도사에서 “권력자들이 외과수술식 정밀함으로 우리의 투표권을 공격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린 이 발언에 장례식에 참석한 추모객들이 기립 박수를 보냈다고 <시엔엔>(CNN) 방송 등이 보도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우편 투표로 인해 사람들은 아프지 않게 된다”며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우편투표 확대의 정당성도 거듭 역설했다. 아울러 “심지어 우리가 여기 장례식에 앉아 있는 순간에도 (권력자들은) 투표소를 폐쇄하고, 소수인종과 학생들에게 제한적 신분법을 적용하려 한다”며 “우리는 (미국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 모든 미국인이 자동으로 투표에 등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계속 행진해야 한다”며 투표권법 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또 트럼프 행정부가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벌어진 주요 도시에 시위 진압을 위한 연방정부 요원을 투입한 것에 대해서도 “이 나라 역사에서 어두운 흐름을 경계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이날 자신이 트위터를 통해 밝힌 대통령 선거 연기 제안을 놓고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벌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자신의 트위터에 “전국적인 우편투표(부재자 투표가 아니다, 이는 좋다)로, 2020년은 역사상 가장 부정확하고 부정한 선거가 될 것”이라며 “미국에 대단한 혼란이 될 것이다. 국민들이 적적하고, 확실하고, 안전하게 투표할 수 있을 때까지 선거를 연기하자???”고 말했다. 그는 트위터에 올린 또다른 글에서 “투표에 대한 외국의 영향력에 대한 (민주당원들의) 얘기가 있으나, 그들은 우편투표가 외국이 선거에 개입하는 쉬운 방법임을 알고 있다”고도 말했다. 그는 대규모 우편투표는 처음으로 시도되는 지역에서 “이미 파멸적인 재앙임이 증명되고 있다”고도 했다.
오는 11월 대선을 코로나19 확산 등을 이유로 많은 주에서 우편투표 실시를 계획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 지지자들의 우편투표 참여율이 높다. 또 민주당 지지자들은 공화당 지지자들에 비해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대면접촉을 꺼리는 상황이어서, 이번 대선에서 우편투표 비율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우편투표에서는 적지않은 투표가 적절히 기표되지 않거나 우편소인이 찍히지 않아서 유효표로 계산되지 않을 수 있는 우려가 있다. 게다가 개표 및 집계에도 시간이 걸려 결과 조작 논란을 부를 가능성도 있다. 뉴욕주에서 지난 6월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우편투표를 실시했으나, 개표에 오랜 시간이 걸려 아직까지 정확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트럼프는 그동안 우편투표의 신뢰성에 대해 거듭 문제를 제기하며 음모론까지 제기해왔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내각에서는 대선 연기 가능성에 유보적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실제로 대선이 연기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엘런 웬트로브 미 연방선관위 의장은 트럼프에겐 선거를 연기할 권한이 없다며 즉각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선거는 옮겨져서는 안 된다”며 “모든 미국인들이 원하는 안전하고 확실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더 많은 자금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국 대통령은 선거를 연기할 권한은 없다. 대선의 연기는 의회의 하원과 상원 모두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민주당이 다수인 하원에서 대선 연기가 통과될 확률은 사실상 없다. 또 이번 올해 대선을 2021년으로 연기하려면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공화당 안에서도 지도부가 앞장서 대선 연기는 불가하다고 즉각 반발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는 어떤 미국 대선도 연기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켄터키주의 방송 <와이엔케이와이>(WNKY) 인터뷰에서 “전쟁, 공황, 내전을 거친 이 나라의 역사에서 우리가 연방 차원에서 예정된 선거를 정시에 치르지 못한 적은 없다”며 “우리는 대선을 오는 11월3일 치르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도 “연방 선거의 역사상 우리가 선거를 치르지 못한 적은 없고 우리는 우리 선거를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발이 거세지자 트럼프 재선 캠프의 호건 기들리 대변인은 “(트럼프가) 단지 문제를 제기했을 뿐”이라며 수습에 나섰다. 일각에선 트럼프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을 알고도, 우편투표를 문제 삼아 대선 연기 가능성을 내비친 것은 대선 결과에 대한 불복을 위한 명분을 쌓기 위한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는 지난 19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대선 결과에 대한 승복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그는 “대선에서 품위있는 패자가 되겠냐”는 질문에 “지켜보라”며 “(상황에) 달려있다“고만 했다. 특히 “나는 패배를 깨끗이 인정하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지는 것을 싫어한다”고 말해,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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