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바 미국 법무부 장관(왼쪽)이 연방 검사들에게 최장 20년형이 가능한 ‘소요죄’ 적용까지 거론하며 지난 5월부터 계속돼 온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서 폭력 행위를 저지른 이들에게 적극 대처할 것을 당부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보도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윌리엄 바 미국 법무장관이 연방 검사들에게 최장 20년형이 가능한 ‘소요죄’ 적용까지 거론하며 지난 5월부터 계속돼 온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서 폭력 행위를 저지른 이들에게 적극 대처할 것을 당부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오리건주 포틀랜드 등의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 배후에 미 정부를 전복을 노리는 세력이 있다’는 음모론을 부추기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보조를 맞춰, 바 장관이 무리한 주문을 하며 정치에 개입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바 장관은 지난주 전국의 연방 검사들과 한 전화 회의에서 ‘11월 대선이 다가옴에 따라 미 전역에서 폭력적인 시위가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이런 지침을 내렸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1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회의 내용을 알고 있는 복수 익명의 관계자들의 말을 따, 폭력 및 재물 손괴 행위 등을 저지른 시위 참가자 기소를 위해 거의 적용된 바 없는 소요죄 등 적용 가능한 다양한 연방법을 찾아보라고 검사들에게 촉구했다고 전한 것이다.
신문은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법과 질서’를 대선 핵심 선거 이슈로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 바 장관이 국가 전복 음모 혐의 등에 적용되는 소요죄까지 거론하며,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에 대한 기소를 최우선 순위에 놓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뉴욕 타임스>는 관련 보도를 전하며, 바 장관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서 패배하면 미국이 돌이킬 수 없는 사회주의 노선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발언하는 등 직접 대선에 뛰어들어 법무부를 지나치게 정치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소요죄 등을 적용할 경우, 법정에서 혐의를 입증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소요죄 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정부 관계자 및 관리 등에 대한 공격 등 임박한 위험을 초래할 음모가 있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데, 설령 폭력 모의 등이 있었다고 해도 ‘수정헌법 1조’가 보장한 ‘표현의 자유’에 따른 반정부 표현과 명백히 구분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소요 사태에 대응한 사법경찰관을 방해한 혐의 등으로 처벌할 수도 있겠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를 사법방해죄로 규정할 수 있는지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실제로 지난 6월, 연방 검찰이 시위 도중 뉴욕시 경찰차에 화염병을 던진 이들에 대해 사법방해죄를 적용했는데, 기소된 이들 전원은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앨라배마대 제니 캐롤 교수(법학)는 이와 관련 “재물 손괴 행위 등을 우려한다면 적용할 수 있는 법들이 얼마든지 있다”며 “(소요죄 등을 적용해) 사람들을 기소하기 시작하면 설령 유죄 판결을 받지 않게 된다고 해도, 사람들이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러 (시위에) 나갈 때 두번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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