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미국 대선 관련 포스팅에 ‘위험 상황 국가’에 적용했던 특별한 알고리즘 제어 도구를 적용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26일 보도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름을 밝히지 않은 관계자 말을 인용해, 과거 다수 불교도와 소수 무슬림 사이에 분쟁이 있었던 스리랑카와 미얀마에서 적용했던 것을 응용해 새 알고리즘 제어 도구를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에 근거한 포스팅 확산 속도를 늦추고 공격적 내용의 포스팅 노출 빈도를 줄이는 알고리즘 제어 도구를 고려 중이라는 것이다. 위험한 내용이라고 판단되는 포스팅을 삭제할 수 있는 문턱을 낮추는 내용도 검토하고 있다. 페이스북 경영진은 이런 알고리즘 제어 도구를 대선 관련 폭력 사태가 일어난다든지 하는 위험한 상황에만 적용할 예정이다. 페이스북은 이런 조처를 통해 이용자들이 선정적, 폭력적 또는 명예훼손적 내용에 노출되는 빈도를 낮출 계획이다.
페이스북은 미얀마와 스리랑카 등에서 헤이트 스피치(증오 연설)와 폭력을 유발할 수 있는 내용의 포스팅 유통을 방조했다는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유엔(UN)은 지난 2017년 미얀마에서 무슬림 소수민족 로힝야족에 대한 폭력사태가 벌어진 것과 관련해, 헤이트 스피치 및 폭력 행위를 유발할 수 있는 포스팅을 제대로 규제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듬해인 2018년 페이스북은 폭력 행위를 유발할 수 있는 가짜 뉴스를 적극적으로 삭제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페이스북이 미국 대선 관련 포스팅을 어디까지 규제하느냐는 쉽지 않은 문제다. 페이스북은 이미 민주당과 공화당 양쪽 진영 모두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이달 초 페이스북은 <뉴욕 포스트>가 민주당 대선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아들 헌터가 아버지를 우크라이나 기업 관계자와 만나게 해줬다는 의혹 보도를 공유하는 것을 제한했다. 이에 대해 공화당 진영이 반발했고, 민주당 진영도 페이스북의 규제가 충분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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