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상하 양원의 대선 결과 최종 확정에 항의하기 위해 워싱턴 연방 의사당 벽을 타고 건물 위쪽으로 올라서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군인, 소방대원 그리고 부동산 중개업자까지. 지난 6일 미국 워싱턴 연방 의사당 난입 사건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이들의 다양한 면모다.
<뉴욕 타임스>는 18일 의사당 난입 뒤 체포된 올림픽 2관왕 수영선수 출신인 클리트 켈러(38)의 사연을 소개했다. 대학 시절 코치인 마크 슈버트는 지난주 켈러가 체포된 뒤 전화 통화를 했는데, 그가 “실망하게 해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했다고 이 신문에 말했다.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켈러는 “이럴 의도는 아니었다”고도 말했다고 한다.
켈러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 남자 계영에서 마이클 펠프스 등과 함께 금메달을 딴 스타 선수다. 아테네올림픽 때 마지막 주자로 나서 오스트레일리아의 ‘인간 어뢰’ 이언 소프를 0.13초 차로 앞서 들어온 장면은 지금도 유명하다. 그런 그가 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극렬 지지자가 되어 의사당까지 난입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미국 연방 의사당 난입 사건과 관련해서 체포된 클리트 켈러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남자 수영 계영 때 선수로 나섰던 시절의 모습. 베이징/AP 연합뉴스
다만, 그는 선수 은퇴 뒤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 은퇴 뒤 재무 관련 일을 시작했지만 순조롭지 않았고 아내와는 이혼했다. 이혼 과정의 분쟁 때문에 아이 셋은 한동안 보지 못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텔레비전인 <올림픽 채널>에 실린 인터뷰에서 그는 “수영에서 거둔 성공 때문에 세상에 대한 잘못된 기대를 갖게 됐다”며 “작은 실패에도 대처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올림픽에서 두번째 금메달을 딴 지 6년 뒤 그는 차에서 밤을 지내는 신세가 됐다. 최근 콜로라도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면서 자녀들과도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됐으나, 이번 의사당 난입 사건으로 직장에서 해고됐다.
켈러 이외에도 주 방위군 출신이나 전직 소방대원, 부동산 중개업자 등 다양한 사람이 의사당 난입과 관련해 조사를 받고 있다. 22살 회사원 여성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방에서 노트북을 훔쳐 러시아 정보기관에 팔려고 시도했다는 전 연인의 제보로 연방수사국(FBI)의 수사를 받고 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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