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AFP 연합뉴스
탄핵 심판에서 회생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를 공격하며 향후 선거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것임을 명확히 했다. 공화당이 트럼프를 놓고 내분을 넘어서 내전으로 치달을 에너지를 축적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각) 장문의 성명을 내고 “공화당은 미치 매코널 상원의원 같은 ‘지도자들’이 키를 잡고서는 결코 존경받거나 강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그는 “정치적 식견, 지혜, 기술, 인성이 부족한 매코널은 지난 11월 선거 이후 공화당의 상원 지배를 잃어버렸다”며 향후 공화당 예비경선에서 친 트럼프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와 ‘미국 우선주의’(아메리카 퍼스트)라는 우리의 정책을 내세운” 공화당 예비경선 후보들을 “필요하고 적절한 곳에서”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미국 우선주의’가 승자이지, 매코널의 ‘특권층 우선주의’나 바이든의 ‘미국 무시’가 승자가 아님을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특히 매코널이 지난 선거 때 자신의 지지를 구걸했다며, 그를 차기 선거에서 낙마시킬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는 “미치는 음침하고, 시무룩하고, 웃지 않는 정치꾼”이라며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그와 함께 있다면, 그들은 승리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우리는 뛰어나고, 강력하고, 사려깊고, 온정있는 지도력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의 이날 성명은 그가 향후 공화당 예비경선에 개입해, 자신의 지지 세력들을 구축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대선 이후 자신의 선거부정 주장을 옹호하지 않고 거리를 뒀던 매코널 등 공화당 의원들을 낙마시키고, 친 트럼프 후보들로 교체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트럼프의 이날 성명은 그에 대한 탄핵을 놓고 이미 내분을 보인 공화당 내에서 격렬한 권력투쟁에 불을 지필 전망이다.
이번 탄핵심판에서 공화당에서는 7명의 상원의원과 10명의 하원의원이 찬성했다. 탄핵에 찬성한 의원들은 트럼프 지지층으로부터 거센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빌 캐시디, 리처드 버 상원의원은 지역구인 루이지애나와 노스캐롤라이나 주당 중앙위에서 불신임안이 가결되는 반발에 봉착했다.
트럼프의 재직 때 의회에서 그를 충실하게 옹호했던 매코널 대표는 대선 이후에는 그와 거리를 뒀다. 비록 이번 탄핵에서 반대표를 던지기는 했으나, 탄핵 심판 직후 트럼프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매코널은 상원 연설에서 의사당 폭력 사태에 트럼프가 “실질적·윤리적으로 그날 사건을 부추긴 책임이 있다는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비판하면서 “재직 중에 그가 했던 모든 일에 여전히 법적 책임이 있기 때문에” 민·형사상 소송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는 자신에 대한 탄핵 부결에 고무됐고, 탄핵부결은 자신을 해방시켜서 정치에 다시 개입하게 했다고 말했다고 그 측근들은 전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보도했다. 측근들은 “여러 명이 성명 작업에 관여해 편집했고 며칠이 걸렸다”고 전해, 치밀한 계산 하에서 나온 성명임을 시사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