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론 총리 병세로 형 집행은 6개월 유예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의 장남인 옴리 샤론(41)이 부친을 위해 불법 정치자금을 모금한 죄로 징역을 살게 됐다.
텔아비브 지방법원은 14일 선거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옴리에게 유죄를 인정해 징역 9월, 보호관찰 9월 및 벌금 6만4천달러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샤론 총리가 지난달 4일 뇌출혈을 일으켜 혼수상태에 빠져 있는 점을 참작해 올 8월31일까지 약 6개월 간 형 집행을 유예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옴리의 변호인은 형량이 과중해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에드나 버켄스타인 주심판사는 판결문에서 "옴리는 부친의 선거자금으로 가급적 많은 돈을 끌어모으려 했다"며 불법 모금 혐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버켄스타인 판사는 또 "이스라엘 정치권에서 부정이 근절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사법부의 역할은 적절하고도 계도적인 징벌을 가하는 것이라며 징역형 선고 배경을 설명했다.
재판부는 옴리가 샤론 총리에게 위조한 모금 관련 서류를 제시해 서명토록 했다고 밝혀 샤론 총리는 선거자금 불법 모금 사실을 모르고 있었음을 시사했다.
옴리는 지난 99년 리쿠드당 지도부 경선에 나섰던 샤론 총리의 선거자금 모금을 주도하면서 법정한도를 넘는 기부금을 받기 위해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유령회사를 내세우는 등 선거자금법을 위반하고 위증한 혐의로 지난해 7월 기소됐다.
옴리는 이런 수법으로 총 130만달러 이상을 모금한 것으로 검찰수사 드러났다.
당시 리쿠드당 경선에서 승리한 샤론은 2001년 2월 총선에서 리쿠드당이 에후드 바라크 총리의 노동당을 이기면서 총리에 취임했다.
옴리는 지난해 11월 시작된 재판에서 검찰 측과 플리바겐(유죄답변거래)을 통해 유죄를 인정했으며, 지난달 초 유죄 판결을 예상하고 의원 직을 사퇴했다.
옴리는 2001년 샤론 총리의 밀사 자격으로 당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이끌던 야세르 아라파트 수반을 만나는 등 샤론 총리의 핵심참모 역할을 맡아왔다.
한편 이스라엘 언론은 옴리가 불법 정치자금 모금과 관련해 유죄판결을 받음에 따라 샤론 총리가 지난해 11월 리쿠드당을 탈당하고 출범시킨 카디마당이 올 3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노동당의 셸리 야치모비치 반부패위원장은 유죄판결 소식이 알려진 뒤 옴리는 샤론 총리를 도와 카디마당 창설을 주도하고 당 운영을 맡아왔다면서 카디마당을 부패한 정당으로 규정했다고 일간 하아레츠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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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진 특파원 parksj@yna.co.kr (카이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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