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바그다드 북부 발라드 근처에서 미군의 공습으로 숨진 것으로 알려진 이라크 어린이들이 매장되기 전 무덤가에 눕혀져 있다. 미군이 알카에다 세력들을 소탕한다며 민가에 폭탄을 투하해 어린이와 여성 등 11명의 민간인이 숨졌다. 미군 당국도 오폭 사실을 인정했다. 발라드/AFP 연합
미군 침공3년 신음하는 이라크
팔루자·라마디등 피해 집계도 안돼
‘저항 거점’ 표적된 마을 초토화 공포
미군책임자 “군사작전” 은폐·정당화
팔루자·라마디등 피해 집계도 안돼
‘저항 거점’ 표적된 마을 초토화 공포
미군책임자 “군사작전” 은폐·정당화
“우리는 (민간인) 사망자 집계 같은 건 하지 않는다.”
3년 전 이라크 침공 당시 미군을 지휘했던 토미 프랭크스 당시 미 중부사령부 사령관은 “부수적 피해”인 이라크 민간인 희생자는 아예 집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타임>이 보도한 이라크 서부 하디타의 민간인 학살은 지난 3년 동안 미군의 공격으로 이라크인들이 겪은 고통의 전체 그림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다. 언론보도 등을 근거로 이라크 민간인 희생자를 집계해온 비정부기구 ‘이라크 보디카운트’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20일까지 만 3년 동안 3만7795명의 이라크 민간인이 숨졌다고 집계했다. 영국 의학 전문지 <랜싯>은 10만명이 넘는 민간인이 희생됐다고 추정한다.
미군의 민간인 오폭과 학살 논란은 전쟁 초기부터 계속됐다. 2004년 5월19일 새벽 시리아 접경지대인 이라크 서부 사막 마을 마크르 알리브의 전통 혼례식장을 미군 헬기가 공습해 어린이 15명, 여성 10명 등 민간인 45명이 숨졌다. 미군은 “외국인 저항세력의 은신처로 추정되는 곳에 대한 군사작전을 벌였을 뿐”이라고 사건을 정당화했다. 그러나 <에이피텔레비전>이 목이 잘린 어린이 등 희생자들의 참혹한 모습을 방영하자 오폭을 인정했다.
가장 큰 논란을 일으킨 것은 미군의 팔루자 대공세다. 2004년 11월 미군은 1만2천여명의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서부 팔루자를 포위하고 일주일 동안 ‘저항세력 소탕작전’을 벌였다. 전체 주민 30만명 가운데 피난을 떠나지 못한 10만여명이 도시 안에 남아 있었다. 미군은 도시 전체를 봉쇄하고 병원을 접수했으며, 구호단체 적신월사(이슬람권 적십자사)의 접근도 금지했다. 미군 병사가 사원에서 부상당한 채 누워 있는 포로를 조준 사살하는 모습도 미국 언론에 공개됐다. 영국의 일간 <가디언>이 팔루자 지역 5만채의 건물 중 3만7천채가 파괴됐다고 보도할 정도로 도시 전체가 초토화됐다. 희생자 수는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구호단체와 의료진 등은 민간인 2천~4천여명이 숨졌다고 밝히고 있다. 한달 뒤 미군이 주민들의 귀환을 ‘허용’했지만 돌아온 것은 10%뿐이다.
지난해 이탈리아 <에레이아(RIA)> 방송은 ‘제2의 팔루자 논란’에 불을 붙였다. 이 방송은 2005년 11월 방송한 다큐멘터리 <팔루자: 숨겨진 학살>에서 뼈가 드러날 정도로 불에 탄 민간인 주검 사진과 미군 병사의 증언 등을 토대로 미군이 팔루자 소탕작전에서 화학무기인 백린탄을 사용했다고 전했다. 미군은 이를 부인하다가, “민간인이 아니라 적 전투병에게 화염무기로 백린탄을 사용했다”고 말을 바꿨다.
미군이 ‘저항세력의 거점’으로 지목한 수니파 거주지인 서부 안바르주는 주요 표적으로 계속 피해를 당해 왔다. 2005년 10월 미국이 안바르주 라마디에서 벌인 ‘강철주먹’ 작전에서도 민간인 70여명이 사망했다고 <에이피>통신은 보도했다.
미국의 침공 3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 19일에도 바그다드 북부 수니파 마을인 둘루이야에서 저항세력 수색작전을 벌이던 미군이 민가를 습격해 아마드 칼라프 후세인이라는 민간인과 그의 아내, 10살 난 아들을 살해해 또다른 학살 논란이 일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민간인을 숨지게 한 미군이 처벌받는 일도 드물다. 인질로 잡혔던 여기자를 구출한 이탈리아 정보요원을 사살한 미군이나, 팔루자에서 부상을 당한 이라크인에게 총격을 가했던 미 해병대원은 미군 조사를 받았지만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민간인을 숨지게 한 미군이 처벌받는 일도 드물다. 인질로 잡혔던 여기자를 구출한 이탈리아 정보요원을 사살한 미군이나, 팔루자에서 부상을 당한 이라크인에게 총격을 가했던 미 해병대원은 미군 조사를 받았지만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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