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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이라크 경찰, 14세 동성애자 즉결처형 파문

등록 2006-05-05 17:22

이라크 경찰이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14세 소년을 야만적으로 살해, 동성애자 인권단체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고 영국의 더 타임스 온라인판이 5일 보도했다.

아흐메드 칼릴이라는 이 소년은 경찰 제복을 입은 남자들의 검문을 받고 난 뒤 그들로부터 직격으로 총을 맞고 숨졌다고 그가 살았던 바그다드의 알-두라 지역 주민들은 전했다.

이라크에서 망명한 동성애자 인권단체의 간사를 맡고 있는 알리 힐리는 "그는 빈곤의 희생양으로 분명히 이라크 경찰 내부의 근본주의자들에 의해 즉결 처형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웃 주민들은 "아흐메드가 죽기 이틀 전 그의 아버지가 체포돼 아들의 성적인 활동에 대해 심문을 받았다"고 전했다.

아흐메드는 가난에 허덕이고 있는 가족을 부양할 돈을 벌기 위해 남자들과 동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가족들은 추가 보복을 피하려고 이 지역을 도망치듯 떠나야 했다.

아흐메드의 죽음은 이라크에서 잇따라 자행되고 있는 동성애 혐오살인의 하나에 불과하다.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정부내 보안군에 침투, 경찰 제복을 입고 동성애자를 살해하고 있다는 증거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둘 다 시아파에 속하는 사드르 민병대와 바드르 민병대를 특히 주목하고 있다. 이들 민병대는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뒤로 동성애자 척결을 내세워 동성애자 공동체에 대한 공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라크 시아파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시스타니는 최근 그의 웹사이트를 통해 동성애자들을 '가장 엄격하고도 혹독하게' 처형해야 한다는 '파트와(이슬람 율법에 따른 판결)'를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 92년 사망한 시스타니의 스승 아야톨라 압둘-카심 알-코에이도 자신의 추종자들에게 동성애자를 칼로 찔러 살해하는 것은 물론 산채로 불태우거나 심지어 팔과 다리를 묶어 높은 곳에서 내던져 처형할 수 있도록 허용한 파트와를 내리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미 인권단체들은 보안군과 경찰 내부 혹은 종파 소속의 민병대들에 의한 동성애 혐오 살인이 급증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바드르 민병대는 작년 9월 바그다드 중심가인 알-카라다 지구에서 성전환자 하이더 파이에크를 화형시켰으며, 올해 1월에는 남성 동성애자 1명이 뒷머리에 총을 맞았다.

하지만 미군 주도의 동맹군은 이라크에서 점증하고 있는 동성애 혐오살인을 제지하는 데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아 인권단체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국은 국무부에서 매년 발표하고 있는 연례 인권보고서에서 이라크에서 증가하고 있는 동성애 혐오살인은 다루지 않았다.

알리 힐리는"그들은 동성애 혐오 살인이 늘어나고 있지만 동성애라는 금기를 건드려 이라크 정부를 자극하기를 원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미국 정부는 이라크 국민의 인권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동맹국 이라크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일하고 있다"며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조계창 기자 phillif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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