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의 중동 정책을 적극 지지하던 영국이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을 놓고 미국과 불화를 드러내고 있다.
영국은 레바논 위기를 놓고 부시 대통령과 의견이 갈리고 있으며, 이스라엘의 군사전술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레바논 민간인들이 치르는 희생을 미국이 이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의 주말판 <업저버>가 23일 보도했다. 킴 하월스 외무차관은 22일 이스라엘 방문에 앞서 <비비시>와의 인터뷰에서 “사회기반시설의 파괴, 수많은 어린이와 사람들의 죽음, 이런 것들은 외과 수술 과정에서 생기는 어쩔 수 없는 피해가 아니다”라며 “헤즈볼라를 추적한다면 헤즈볼라를 향해야 한다”고 이스라엘의 무차별적인 군사공격을 비판했다. 그는 “미국인들이 레바논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이해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미국도 겨냥했다.
하월 차관의 이런 비판을 놓고 영국 정부 내에서 아무런 논란이 되지 않고 있다고 총리실 소식통들은 전했다고 <업저버>는 보도했다. 토니 블레어 총리도 이미 지난주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격화되는 폭력사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마거릿 베킷 외무장관도 22일 <파이낸셜타임스>와의 회견에서 레바논에 대한 이스라엘의 지상공격은 재앙처럼 비참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경고했다. 그는 “지상공격은 양쪽에서 많은 인명 피해를 낳고, 전쟁을 장기전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이스라엘이 지상공격을 매우 신중하게 검토하리라고 확신한다”며 서방국들은 이란과 시리아가 헤즈볼라의 공격 배후에 있다는 구체적인 증거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야당인 보수당도 이스라엘의 공격이 균형을 잃었다며 이스라엘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정의길 기자 Egi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