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나라인 이란과 이라크 사이에 훈풍이 강하게 불고 있다.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시아파 정권이 들어선 이란은 그 이듬해부터 8년 간 수니파인 사담 후세인 정권의 이라크와 8년 전쟁을 치렀다. 당시 양측에서 수 백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두 나라는 2003년 후세인 정권이 붕괴할 때까지 앙숙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이라크에서 후세인 정권을 대체해 시아파가 득세하면서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현 이라크 지도부를 이루는 시아파 인사들의 상당수가 후세인 집권 시절 이란에서 망명생활을 해 이란을 제2의 고향으로 여기고 있고, 이란의 시아파 무슬림들은 시아파의 본고장인 이라크를 영적(靈的) 고향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상황에서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가 12일 이틀 일정의 이란 방문을 시작했다.
지난해 이브라힘 알-자파리 과도정부 총리의 뒤를 따른 것이지만 온전한 헌정체제를 갖춘 새 이라크 정부의 총리로서는 첫 번째 이란 방문이다.
자파리 전 총리와 말리키 총리는 모두 시아파 정당인 다와당 소속으로,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이란에서 망명생활을 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후세인 정권이 붕괴한 뒤 귀국해 차례로 총리가 됐다.
이란은 말리키 총리를 융숭하게 대접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실세 각료인 파르비즈 파탄 에너지 장관을 메흐라바드 국제공항으로 보내 말리키 총리를 영접도록 한 뒤 곧바로 그를 대통령궁으로 맞이해 비공개 회담을 가졌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라크의 발전과 독립 및 영토보전을 우리의 일로 생각한다"며 국민투표로 선출된 이라크 정부를 안보 등 모든 분야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다짐하는 말로 양국의 우호관계를 과시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특히 양국 현안을 포괄적으로 논의한 이번 회담이 매우 유익했다고 강조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미국이 이라크 문제와 관련해 이란에 요구해 온 것을 받아들이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미국은 그동안 이란이 이라크 내의 일부 과격 시아파 세력을 부추겨 반미 저항을 유도하고, 저항세력에 무기를 공급해 이라크의 치안안정을 방해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이라크 내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지 말라고 이란에 촉구해 왔다. 이 의혹에 대해 이란은 근거 없다고 반박해 왔지만 말리키 총리가 이란 지도자들을 만날 때 어떤 식으로든 의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이와 관련, 말리키 총리는 공동기자 회견에서 이란의 이라크 내정 간섭 논란 때문에 지난해 이후 체결된 양국 간 협력협정들이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협정을 이행하는 데는 아무런 장애가 없다"는 말로 즉답을 피해갔다. 그는 그러면서 "이란은 이라크에 중요한 이웃"이라며 양국 관계가 앞으로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말리키 총리는 13일 이란의 최고 지도자인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를 예방할 예정이다. 박세진 특파원 parksj@yna.co.kr (카이로=연합뉴스)
이란은 말리키 총리를 융숭하게 대접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실세 각료인 파르비즈 파탄 에너지 장관을 메흐라바드 국제공항으로 보내 말리키 총리를 영접도록 한 뒤 곧바로 그를 대통령궁으로 맞이해 비공개 회담을 가졌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라크의 발전과 독립 및 영토보전을 우리의 일로 생각한다"며 국민투표로 선출된 이라크 정부를 안보 등 모든 분야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다짐하는 말로 양국의 우호관계를 과시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특히 양국 현안을 포괄적으로 논의한 이번 회담이 매우 유익했다고 강조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미국이 이라크 문제와 관련해 이란에 요구해 온 것을 받아들이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미국은 그동안 이란이 이라크 내의 일부 과격 시아파 세력을 부추겨 반미 저항을 유도하고, 저항세력에 무기를 공급해 이라크의 치안안정을 방해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이라크 내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지 말라고 이란에 촉구해 왔다. 이 의혹에 대해 이란은 근거 없다고 반박해 왔지만 말리키 총리가 이란 지도자들을 만날 때 어떤 식으로든 의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이와 관련, 말리키 총리는 공동기자 회견에서 이란의 이라크 내정 간섭 논란 때문에 지난해 이후 체결된 양국 간 협력협정들이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협정을 이행하는 데는 아무런 장애가 없다"는 말로 즉답을 피해갔다. 그는 그러면서 "이란은 이라크에 중요한 이웃"이라며 양국 관계가 앞으로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말리키 총리는 13일 이란의 최고 지도자인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를 예방할 예정이다. 박세진 특파원 parksj@yna.co.kr (카이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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