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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케냐 집어삼키는 자연의 역습

등록 2006-11-19 20:04수정 2006-11-19 23:17

멀리 떨어진 습지에서 물을 떠 동이에 지고 마을로 돌아가는 케냐 암보셀리 국립공원 인근 마사이족 마을의 여인 기케이(23). 사막화현상으로 물이 사라지고 있어 마을 여인들은 20kg에 육박하는 물동이를 지고 왕복 20km 오가야 한다. 나이로비 김정수 기자
멀리 떨어진 습지에서 물을 떠 동이에 지고 마을로 돌아가는 케냐 암보셀리 국립공원 인근 마사이족 마을의 여인 기케이(23). 사막화현상으로 물이 사라지고 있어 마을 여인들은 20kg에 육박하는 물동이를 지고 왕복 20km 오가야 한다. 나이로비 김정수 기자
킬리만자로 주변 사막화 진행
“우기에 비가 집중적으로 내리던 지역 가운데도 예전보다 비가 덜 오는 곳이 많고 건조지역에선 가뭄기간이 더욱 잦고 길어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케냐 전국의 70%를 차지하는 건조·반건조 지역 가운데 건조지역에선 사막화 현상이 본격화하고 있습니다.”(케냐의 환경단체 ‘네이처 케냐’ 폴 마티쿠 사무국장)

17일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서 자동차로 남쪽으로 네 시간 가량 달려 찾아간 암보셀리 국립공원 인근의 마사이족 마을에선 마른 흙먼지가 가장 먼저 방문객을 맞는다. 마을 사람들의 주업은 목축이었지만, 마을 주변에선 풀밭이 사라진 지 오래였다. 붉은 흙바닥에 돌덩이만 굴러다니는 황무지는 마을이 지척인데도 인적조차 드물다. 마을을 안내한 촌장의 아들 코세이(20)는 “마을 가까운 곳에는 더는 가축들에게 풀을 뜯길 만한 곳이 없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 인근 지역 곳곳이 심각한 사막화현상을 겪으며 풀숲이 사리지고 붉은 흙과 돌덩이들만 남은 황무지로 변해가고 있다. 나이로비/이정용 기자 <A href="mailto:lee312@hani.co.kr">lee312@hani.co.kr</A>
아프리카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 인근 지역 곳곳이 심각한 사막화현상을 겪으며 풀숲이 사리지고 붉은 흙과 돌덩이들만 남은 황무지로 변해가고 있다. 나이로비/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멀리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해발 5896m)가 만년설을 정상에 이고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지만, 그 주변의 초원에선 이미 황무지와 사막으로 바뀌는 ‘자연의 역습’이 무서운 속도로 진행되고 있었다. 마사이족처럼 초원에서 유목생활을 하는 주민들은 이런 사막화 현상으로, 가축을 놓아 먹일 수 있는 목초지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사람이 마실 물조차 구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이 마을의 마사이족은 다른 건조지역에 비하면 형편이 그나마 나은 편이다. 킬리만자로산의 만년설에서 녹아 흐르는 물의 덕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케냐 북부·동북부의 건조지역에선 가축은커녕 사람 마실 물도 없는 메마른 불모지로 바뀌고 있다.

‘네이처 케냐’의 폴 마티쿠 사무국장은 “케냐의 기후가 최근 들어 더욱 변동이 심해져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라며 “일부 지역에서 가축을 방목할 풀밭지역이 부족해지면서 부족들 사이에 목초지 확보를 둘러싼 유혈충돌까지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케냐 나이로비 동쪽의 산지에서 나무와 풀이 사라지고 황무지나 경작지로 바뀐 모습을 볼 수 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그 참상은 더욱 뚜렷히 나타난다. 나이로비/이정용 기자 <A href="mailto:lee312@hani.co.kr">lee312@hani.co.kr</A>
케냐 나이로비 동쪽의 산지에서 나무와 풀이 사라지고 황무지나 경작지로 바뀐 모습을 볼 수 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그 참상은 더욱 뚜렷히 나타난다. 나이로비/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실제로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케냐에서는 건기와 우기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비가 내리고 가뭄이 드는 시기를 종잡을 수 없게 되면서, 주산업인 차와 꽃재배도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폴 마티쿠 사무국장은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지구 온난화는, 그런 변화에 적응할 재원과 기술이 없는 저개발국에 더욱 큰 재앙을 주고 있지만 선진국들은 이에 대한 책임을 충분히 느끼지 않고 있다”며 “기후변화에 적응하려는 저개발국들에 대한 선진국들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멀리 킬리만자로산이 보이는 나이로비 인근 암보셀리 국립공원에서 갈증에 지친 한 무리의 코끼리들이 물을 찾아 이동하고 있다. 이 지역은 원래는 초원이었지만 메마른 황무지로 변해가고 있다. 국립공원 지역에서도 우기에도 초지식생이 메말라가는 땅이 늘어나는 형편이다. 암보셀리 국립공원(케냐)/김정수 기자
멀리 킬리만자로산이 보이는 나이로비 인근 암보셀리 국립공원에서 갈증에 지친 한 무리의 코끼리들이 물을 찾아 이동하고 있다. 이 지역은 원래는 초원이었지만 메마른 황무지로 변해가고 있다. 국립공원 지역에서도 우기에도 초지식생이 메말라가는 땅이 늘어나는 형편이다. 암보셀리 국립공원(케냐)/김정수 기자


나이로비(케냐)/글·사진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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