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군사적 대(對) 이라크 정책 실패로 이라크와 국경을 접한 시리아와 이란의 외교적 역할이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향후 이들의 움직임과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시리아ㆍ이란 카드'는 특히 미국 공화당의 중간선거 패배 뒤 곳곳에서 이라크의 종파 간 유혈 충돌을 가라앉힐 수 있는 방안으로 이곳 저곳에서 제시되는 상황이다.
◇"시리아ㆍ이란은 이웃사촌" = 양국의 이라크 문제 개입은 제임스 베이커 전 미국 국무장관이 이끄는 이라크연구그룹(ISG)이 제시하는 중동 정책 기조와도 같은 맥락이며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역시 17일 알-자지라 방송에 출연, 시리아와 이란이 이라크 정세안정에 건설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미 베이커 전 장관은 이라크 문제에 대한 미국과 시리아의 협력을 촉구하기 위해 시리아 관리를 여러 차례 접촉했으며 "이라크 안정에 협조하겠다"고 밝혀 온 시리아의 왈리드 모알렘 외무장관은 19일 `의미있는' 이라크 방문길에 나섰다.
모알렘 장관은 "이라크의 안정이 시리아의 안정에도 필수적"이라며 시리아의 역할을 강조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도 로마노 프로디 이탈리아 총리에게 보낸 서신을 통해 "이라크의 평화 정착을 위해 이탈리아와 협조할 준비가 됐다"는 뜻을 밝히는 등 전향적인 입장이다.
양국의 이라크 문제 관여에 대해서 이라크 현지의 관심도 지대하다.
이라크 일간지 `알-마다'는 19일 ISG와 이란 측의 움직임을 전하면서 "미국 정부가 이라크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시리아, 이란과 협력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라크 국영신문인 `알-사바 알-자디드'도 19일 자에 "ISG가 이라크 정세 안정에 시리아와 이란의 중요한 역할을 부여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마흐마드 찰라비 전 이라크 과도정부 부통령은 국영 TV와 인터뷰에서 "이란과 시리아가 이라크의 평화를 재건하는 데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런 분위기는 그간 이라크 언론이 특히 `숙적' 이란의 이라크 문제 개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실현가능성 있나 = 이라크 안팎의 분위기가 이렇게 무르익었지만 시리아와 이란의 개입이 미국의 군사적 해결책의 대안이 될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하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양국의 개입을 촉구하는 배경엔 시리아가 사담 후세인 전 정권과 같은 수니 아랍계의 바트당이 주도하고 있어 시아파 주도의 이라크 정부 대신 수니파 저항세력을 어느 정도 달랠 수 있고 시아파 국가인 이란이 나서면 시아-수니파간 벌어지는 종파간 충돌을 완충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특히 이란은 후세인 정권시 `핍박' 받던 이라크 내 시아파의 피난처 역할을 한 점을 감안하면 수니파 주도의 현 이라크 정세에 큰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있다. 또 양 종파 군사조직이 시리아와 이란에 자금과 본거지를 의지하면서 유혈 충돌을 벌이는 만큼 이들이 이들 저항세력의 숨통을 조인다면 종파 간 분쟁 수위가 낮아질 것이라는 게 미국 측의 논리다. 그러나 이는 깊어질 대로 깊어진 이라크 내 분열 상황을 감안하면 너무 단순논리라는 지적이다. 시리아는 같은 수니파 정권이긴 하지만 후세인 정권 시절부터 범 아랍 정통 이슬람당을 표방한 바트당의 `본가' 싸움을 벌인 데다 최근 외교관계 복원에 힘쓰고는 있지만 1980∼1988년 이란-이라크 전쟁시 이란의 편에 서서 이라크와 20여년 간 국교를 단절한 `앙숙'이었기 때문이다. 이란 역시 이라크와 관계에서 긴 전쟁과 역사적 앙금이 남았고 핵문제로 미국과 첨예한 갈등을 빚는 상황이어서 이들 두 나라의 이라크 개입이 실현될 지는 미지수다. 이와 더불어 `시리아와 이란은 이라크의 테러 지원국'이라는 게 양국의 개입을 찬성하는 미국의 기본 입장이기 때문에 이들이 이라크 문제에 개입함과 동시에 이런 오명을 자인하는 셈이 돼 미국이 이들의 명분을 세워주기 전까지는 섣불리 발을 들여놓기는 어렵다. 모알렘 시리아 외무장관이 "테러는 이라크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방점을 찍은 것도 이런 맥락이다. 무엇보다 한 때 `적국' 이었던 시리아와 이란을 받아들여야 하는 이라크 내 정서 뿐 아니라 이라크 정부도 자신을 빼놓고 시리아와 이란이 미국과 대화하는 데 불만을 표하며 자신의 역할을 강조하는 점도 간과해선 안될 대목이다. 결국 미국ㆍ이라크ㆍ시리아ㆍ이란이 명분과 실리를 놓고 `4자간' 복잡한 역학관계를 어떻게 푸느냐가 향후 이라크 정세를 가름하는 주요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강훈상 특파원 hskang@yna.co.kr (두바이=연합뉴스)
이라크 국영신문인 `알-사바 알-자디드'도 19일 자에 "ISG가 이라크 정세 안정에 시리아와 이란의 중요한 역할을 부여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마흐마드 찰라비 전 이라크 과도정부 부통령은 국영 TV와 인터뷰에서 "이란과 시리아가 이라크의 평화를 재건하는 데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런 분위기는 그간 이라크 언론이 특히 `숙적' 이란의 이라크 문제 개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실현가능성 있나 = 이라크 안팎의 분위기가 이렇게 무르익었지만 시리아와 이란의 개입이 미국의 군사적 해결책의 대안이 될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하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양국의 개입을 촉구하는 배경엔 시리아가 사담 후세인 전 정권과 같은 수니 아랍계의 바트당이 주도하고 있어 시아파 주도의 이라크 정부 대신 수니파 저항세력을 어느 정도 달랠 수 있고 시아파 국가인 이란이 나서면 시아-수니파간 벌어지는 종파간 충돌을 완충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특히 이란은 후세인 정권시 `핍박' 받던 이라크 내 시아파의 피난처 역할을 한 점을 감안하면 수니파 주도의 현 이라크 정세에 큰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있다. 또 양 종파 군사조직이 시리아와 이란에 자금과 본거지를 의지하면서 유혈 충돌을 벌이는 만큼 이들이 이들 저항세력의 숨통을 조인다면 종파 간 분쟁 수위가 낮아질 것이라는 게 미국 측의 논리다. 그러나 이는 깊어질 대로 깊어진 이라크 내 분열 상황을 감안하면 너무 단순논리라는 지적이다. 시리아는 같은 수니파 정권이긴 하지만 후세인 정권 시절부터 범 아랍 정통 이슬람당을 표방한 바트당의 `본가' 싸움을 벌인 데다 최근 외교관계 복원에 힘쓰고는 있지만 1980∼1988년 이란-이라크 전쟁시 이란의 편에 서서 이라크와 20여년 간 국교를 단절한 `앙숙'이었기 때문이다. 이란 역시 이라크와 관계에서 긴 전쟁과 역사적 앙금이 남았고 핵문제로 미국과 첨예한 갈등을 빚는 상황이어서 이들 두 나라의 이라크 개입이 실현될 지는 미지수다. 이와 더불어 `시리아와 이란은 이라크의 테러 지원국'이라는 게 양국의 개입을 찬성하는 미국의 기본 입장이기 때문에 이들이 이라크 문제에 개입함과 동시에 이런 오명을 자인하는 셈이 돼 미국이 이들의 명분을 세워주기 전까지는 섣불리 발을 들여놓기는 어렵다. 모알렘 시리아 외무장관이 "테러는 이라크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방점을 찍은 것도 이런 맥락이다. 무엇보다 한 때 `적국' 이었던 시리아와 이란을 받아들여야 하는 이라크 내 정서 뿐 아니라 이라크 정부도 자신을 빼놓고 시리아와 이란이 미국과 대화하는 데 불만을 표하며 자신의 역할을 강조하는 점도 간과해선 안될 대목이다. 결국 미국ㆍ이라크ㆍ시리아ㆍ이란이 명분과 실리를 놓고 `4자간' 복잡한 역학관계를 어떻게 푸느냐가 향후 이라크 정세를 가름하는 주요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강훈상 특파원 hskang@yna.co.kr (두바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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