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세력 ‘대공세’ 예고
나토연합군 ‘증파’ 호소
나토연합군 ‘증파’ 호소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이 미국에 의해 전복된 지 이달로 꼭 5년이 됐다. 수도 카불조차 전기가 거의 들어오지 않는 아프간은 길고 추운 겨울의 터널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탈레반 정권 타도 이후 다섯 번째 봄을 앞두고 있지만, 아프간 주둔 미·영 나토 연합군은 봄이 두렵기만 하다. 올 가을 들어 정권 붕괴 이래 가장 맹렬한 공세를 폈던 탈레반 무장 세력이 ‘춘계 대공세’를 예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최근 유엔 보고는 올해 탈레반 무장 세력의 기습공격이 지난해보다 3~4배 증가했으며, 3700~4000명이 희생당했다고 전하고 있다. 미·영 나토군 희생자도 186명에 이른다. 탈레반의 무장 공세는 올들어 전국 34개 성 가운데 32개 성에서 진행됐으며, 매달 평균 600건에 이른다. 특히 아프간-파키스탄 접경지대인 남부는 탈레반이 국경을 넘나들며 활동하는 주무대로 변했다.
겨울의 문턱을 넘어서면서 탈레반의 공세는 잠시 뜸해졌다. 탈레반 지도자들은 “동절기엔 산악 전투가 불편하기 때문에 잠시 쉬는 것일 뿐”이라며 봄이 오는 대로 ‘춘계 대공세’를 펼 것이라고 큰소리치고 있다. 탈레반 지휘관인 물라 오바이둘라는 〈알자지라〉와 인터뷰에서 “지난 5년의 저항활동을 통해 탈레반은 이미 1만여명의 무장세력으로 발전했다”며 “필요하다면 앞으로 20년이라도 계속 싸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탈레반의 무장공세가 급증함에 따라 미국과 영국은 지난달 28~29일 라트비아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담에서 26개 회원국에 병력 증파를 호소했다. 하지만 반응은 싸늘했다. 이라크 주둔군 4000명보다 많은 6000명을 주둔시키고 있는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는 지난달 20일 아프간을 기습 방문해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과 회견한 뒤 적어도 2000명이 더 증파돼야 한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국내 반전 여론 때문에 ‘총대’ 매기가 부담스런 지경이다.
탈레반이 병력 확보 등 ‘군자금’에 쓰기 위해 산악지대에 재배하고 있는 아편과 이를 정제해 만든 마약의 만연은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아프간의 부패한 지방정부 관리들은 뇌물을 먹고 이를 묵인하고 있으며, 심지어 마약 거래상 노릇을 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4일 미 국무·국방부 합동 보고서를 따 전했다.
제임스 존스 나토 최고사령관은 최근 아프간의 연간 마약 밀매 총액이 27억달러에 이르며, 이는 아프간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에 이르는 수치라고 밝혔다. 아프간 정부군은 일당이 4달러에 지나지 않는 반면, 아편 자금이 풍족한 탈레반은 전투원에 일당을 12달러씩 지급하고 있다는 보고도 나와 있다. 내년에도 아편의 ‘풍작’이 예상된다는 씁쓸한 보고도 있다.
이상수 기자 leess@hani.co.kr
이상수 기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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