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지역 해군력 과시…정치위기 아마디네자드 고립 노림수
미국과 영국이 이라크전 수렁에 아랑곳없이 걸프 지역에 항모를 증파해 ‘이란 옥죄기’에 나섰다. 이란 안에서는 현 집권 세력이 지방선거에서 패배하고, 반정부 시위가 터졌다. ‘내우외환’이라고 할 수 있다.
걸프 해역에서 미·영의 군사력 증강=미국과 영국은 걸프 지역에 항모와 전투함을 증파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가 20일 미 국방부 등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런 해군력 증강은 이란을 공습할 준비로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란을 타격할 능력이 커지고 이란 지도자들이 이를 도발로 간주할 수도 있다고 미 고위관리들이 인정했다.
이번 조처에 따라 미국 워싱턴주 브레머턴 항을 떠난 스테니스 항모 군단이 1월 말께 걸프 해역에 진입할 예정이다. 아이젠하워 항모 군단은 이미 11일 걸프 해역에 진입했다. 몇 척의 기뢰제거함도 이미 증파됐고, 영국도 두 척의 기뢰제거함을 증파할 계획이다.
‘이라크에 발목 잡혀있지 않다’는 과시용?=미 고위관리들은 이번 군사력을 증강하는 하나의 목적은 미국이 이라크에 지상군을 집중해, 이란을 군사적으로 견제하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을 불식하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즉, 미 군사력이 이라크 수렁에 빠져 다른 곳에 군사력을 전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이란과 북한의 오판을 막으려는 조처라는 설명이다.
최근 이란의 잇단 대미 강경조처도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21일에도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을 ‘가장 증오스런 인물’이라고 비난했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의문을 제기하는 홀로코스트 학술대회가 이란에서 열린 것도 미국 등을 자극했다.
이란이 수출하는 석유 결제대금을 달러에서 유로로 바꾸는 결정도 미국의 심기를 더욱 불편하게 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의 강경보수파 고립책=국내에서 솔솔 반발에 부딪히고 있는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강경보수파를 고립시키려는 조처로도 보인다. 15일 실시된 이란의 지방의회 선거에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을 반대하는 온건보수파가 다수 의석을 얻었고, 개혁파도 다시 의회에 진출했다. 특히 수도 테헤란에서는 15개 의석 중 온건보수파가 7석, 개혁파가 4석, 무소속이 1석을 차지했다. 아마디네자드의 강경보수파는 3석에 그쳤다.
국가지도자운영회의 선거에서도 친서방 개혁파를 이끄는 아크바르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이 승리했다. 최근 대학가에서는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연설 중에 그의 사진을 불태우는 반정부 시위도 벌어졌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최근의 중동 순방 마지막 날인 20일 두바이에서 이란 강경보수파의 고립을 노골적으로 촉구했다. 그는 “이란 정부가 조성하는 전략적 위협을 인식해야 한다”면서도 “이 위협은 이란 국민, 이란 지배계층 전부가 조성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온건 이슬람 국가들은 이란을 막고 그 영향력에 맞서기 위해 ‘온건동맹’을 결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의길 기자 Egil@hani.co.kr
국가지도자운영회의 선거에서도 친서방 개혁파를 이끄는 아크바르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이 승리했다. 최근 대학가에서는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연설 중에 그의 사진을 불태우는 반정부 시위도 벌어졌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최근의 중동 순방 마지막 날인 20일 두바이에서 이란 강경보수파의 고립을 노골적으로 촉구했다. 그는 “이란 정부가 조성하는 전략적 위협을 인식해야 한다”면서도 “이 위협은 이란 국민, 이란 지배계층 전부가 조성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온건 이슬람 국가들은 이란을 막고 그 영향력에 맞서기 위해 ‘온건동맹’을 결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의길 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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