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리-아바스 수반…하마스 빠져 ‘속빈강정’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이스라엘 총리가 2년만에 만났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수반과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는 23일 예루살렘에서 2시간 정도 회담을 열고 이 지역의 평화를 위해 공동 노력할 것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보도를 보면, 올메르트 총리는 이번 회담을 통해 지난 3월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내각을 장악한 뒤 이스라엘이 붙잡고 있던 5억달러의 세금 가운데 1억달러를 팔레스타인 쪽에 건네는 데 동의했다. 1993년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에 대한 팔레스타인인의 자치가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이 지역에 관세 징수권 등을 행사해온 이스라엘은 유대인 정부의 정통성을 부인해온 하마스가 내각을 구성한 뒤 모두 5억달러에 이르는 세금을 넘겨주지 않았다. 두 지도자는 또 요르단강 서안 지역의 이스라엘 검문소 가운데 몇 곳을 옮기고, 지난달 26일 가자지구에서 발효한 휴전 합의를 요르단강 서안 지역까지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두 지도자는 그러나 최근 무장충돌의 원인이 된 포로 교환석방 문제에 대해서는 진전을 보지 못하고 이 문제를 논의할 공동위원회의 구성에만 합의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6월25일 이스라엘군의 길라드 샬리트 상병이 하마스 계열 팔레스타인 민병조직에 포로로 잡힌 뒤 그의 구출을 위한 군사행동을 벌여 수백명의 팔레스타인인을 숨지게 했으나 구출에 실패했다.
이번 회동은 두 지도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성사됐다. 지난 1월 총선에서 자신의 파타당이 하마스에 진 뒤 지지기반이 약화된 아바스는 장기 무력충돌에 염증을 느낀 국내 여론을 등에 입고 ‘조기 총선’을 주장해왔다. 또 레바논 침공 뒤 국내에서 인기가 하락한 올메르트 총리는 파타당의 조기총선에 힘을 실어주어 하마스를 간접 견제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샬리트 상병을 억류하고 있는 하마스 계열이 협상에서 빠졌다는 점에서 이번 회동은 갈등의 불씨 제거에 한계가 있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이상수 기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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