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
[뉴스분석] 이라크 법원 후세인 사형 최종확정
미, 수렁에 빠진 전쟁 정리 수순
후세인 “적에 대항해 단결하라”
“다른 혐의 묻힐 것” 유럽연합 등 반대 이라크 전역에 심야 통행금지가 실시된 26일 밤 엄중한 감시의 그린존에 위치한 각료위원회에 기자 몇 명만이 있었다. 이라크 최고항소법원의 판사 아레프 샤헨은 후세인에 대한 사형판결이 승인됐다고 발표했다. 그는 후세인 등은 30일 내에 교수형에 처해진다며 “대통령을 포함한 누구도 이 법정의 판결을 사면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고 못박았다. 1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피고 후세인의 최후진술이나 항의도 없었다. 출석이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상된, 그러나 너무 이른’=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사형확정은 예상된 판결이나, 너무나 일렀다. 그의 사형을 이끈 혐의는 1982년 그의 암살기도 사건과 관련해 두자일 마을의 시아파 주민 148명을 학살한 대목이다. 30일 내에 집행돼야 하는 이 판결로 후세인 치하에서 벌어진 다른 혐의는 사실상 묻히게 된다. 후세인은 수만명의 쿠르드족 학살을 명령한 혐의로 재판중이다. 이때문에 뉴욕의 ‘과도기 사법부 국제센터’(ICTJ)의 이라크 프로그램 책임자인 미란다 시손즈은 “사형선고는 후세인의 다른 다른 혐의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지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도 판결이 “매우 결함있는 재판 뒤 내려졌다”며 후세인 처형결정은 되돌려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 백악관은 “압제자의 통치를 법치로 대체하려는 이라크 국민들의 노력에 하나의 기념비를 세웠다”고 평가했다. 이 판결을 재가해야 할 잘랄 탈라바니 대통령의 공보비서는 “아직 판결을 판단하기에 너무 이르다”며 “적절한 절차를 통해 이 사건이 우리에게 넘겨질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탈라바니 대통령은 후세인의 사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유럽연합도 후세인의 사형을 집행하지 말라고 촉구해 왔다. 후세인 처형은 미국의 이라크전 정리?=후세인은 27일 공개된 한 서한에서 “조국을 위한 희생으로 죽을 준비가 돼 있다”며 “이라크인들은 적들에 대항해 단결하라”고 촉구했다. 그의 사형판결은 수니파의 반미반정부투쟁을 더욱 고조시킬 것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사형판결이 조기에 내려진 것은 이라크전을 정리하려는 미국의 고육지책 수순으로 보인다. 이라크전의 최대 상징인 후세인에 대한 신병처리는 형식적으로나마 이라크전에 한 획을 긋는 의미를 갖는다. 후세인의 사형기한이 내년 1월27일까지인 점도 부시 정부가 내년 1월말 이라크 정책 구상을 발표하겠다는 일정과 궤를 같이 한다. 이라크 현 정부 내에서 가장 예민한 후세인 처형을 집행함으로써 곧 구성될 새로운 연정도 부담을 덜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라크전 정리를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수니파 등의 무장세력 저항을 후세인 처형을 통해 한꺼번에 끌어내 일전을 치르려는 계산도 엿보인다. 미국은 이날 3300명 규모의 공정여단을 추가로 이라크에 파병했다고 발표하는 등 병력증파에 나서고 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이날 텍사스 크로포드 목장으로 가서 이라크 정책의 재검토에 들어갔다고 언론들은 보도했다. 정의길 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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