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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집단학살 사건들 진실 미궁으로

등록 2006-12-30 19:57수정 2006-12-30 21:02

미.이라크 정부 뭔가에 쫓기듯 서둘러 처형
미-후세인 쿠르드 학살 공조 과거사 우려 가능성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30일 전격 처형되면서 그의 집권시 자행된 집단 학살 사건들의 진실이 영원히 역사에 묻히게 됐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후세인은 1982년 자신을 암살하려 했다며 시아파 마을인 두자일의 민간인 148명을 처형한 혐의로 사형이 확정돼 이날 교수대에 올랐다.

그러나 쿠르드족 학살사건 재판이 4개월째 진행되면서 증인들의 증언과 갖가지 증거가 속속 제시되고 있는 터였다.

물론 두자일 사건 역시 엄청난 비극이지만 이는 후세인의 철권 통치 하에서 벌어진 집단 학살사건 규명의 `서곡' 정도로 여겨졌던 게 사실이다.

두자일 마을 사건을 시작으로 후세인의 재판이 열리면서 비록 미국의 영향을 받는 재판이지만 그의 반인륜적이고 무차별적인 학살의 실체가 역사의 심판대에서 밝혀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었다.

여러 학살 사건 가운데 가장 주목받았던 것이 이른바 `안팔(전리품) 작전'으로 알려진 1987∼1988년 쿠르드족 학살 사건.

당시 이란과 혈전을 벌이고 있던 후세인 정권은 쿠르드족이 이란에 동조했다는 이유로 이 작전을 전개했고 1년간 쿠르드족 10만명이 사망하고 마을 수백 곳이 파괴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라크 군이 1988년 3월 겨자가스 등 화학무기 공격을 감행해 한꺼번에 5천여 명이 희생된 할라브자 사건은 후세인 정권이 저지른 최악의 반인륜 범죄로 거론되고 있으며, 이 사건에 대해 지난해 8월 재판이 시작됐다.

인명 피해 규모가 워낙 방대하다 보니 이라크 내 쿠르드족은 이 학살사건에 연관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다.

그만큼 이 사건의 진실규명과 단죄에 대한 쿠르드족의 기대는 높았다.

이런 이유로 역사적 의미를 무시하고 무엇에 쫓기는 듯 속전 속결로 후세인을 처형해버린 친미 이라크 정부와 미국 정부는 후세인의 사형을 정치적인 전환점으로 이용했다는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쿠르드족 학살 당시 후세인 정부와 협력관계였던 미국 정부가 이 사건을 암묵적으로 찬성한 과오가 있고 이 밀월관계를 후세인이 법정에서 `폭탄선언'해 버릴 우려를 아예 차단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쿠르드족 주민이 후세인의 처형에 기쁨을 표시하면서도 마냥 환호할 수만은 없는 복잡한 심경인 것도 이 때문이다.

이라크 쿠르드족 출신의 후잔 마흐무드는 이날 알-자지라 방송에 출연해 "후세인의 처형을 서둘러버려 그가 인류에게 자행한 잔악 무도함과 집단학살의 진실이 사라져 버렸다"고 말했다.

강훈상 특파원 hskang@yna.co.kr (두바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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