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레바논에 350명 규모의 평화유지군을 파견하기 위한 준비를 서두르면서 레바논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레바논은 지난해 7월12일 헤즈볼라의 병사 납치 공격에 따른 이스라엘의 침공으로 발발한 전쟁이 유엔 안보리의 휴전 결의(1701호)채택으로 34일 만에 중단된 뒤 외견 상으로는 평화를 회복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자국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보는 헤즈볼라의 무장을 해제시키기 위해 재침공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레바논은 내부적으로 헤즈볼라 주도의 반정부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극심한 정정불안 상태에 놓여 있다.
◇ 레바논은 폭풍전야 = 레바논 정계는 현재 크게 두 파로 갈라져 있다.
지난해 이스라엘의 침공을 방관한 푸아드 시니오라 총리 주도의 내각과 이스라엘 군을 상대로 일전을 벌여 절반의 승리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 시아파 무장 정파인 헤즈볼라 주도의 정치세력이 갈등의 두 주체다.
서방권이 지지하는 시니오라 총리 주도의 현 내각은 1975년 내전 발발 이후 레바논 내정에 깊숙이 개입했던 시리아에 반대하는 세력이고, 종교적으로는 수니파와 기독교계가 중심이다. 헤즈볼라 주도 세력은 친 시리아 노선을 취하고 있으며, 핵심 지지층은 시아파와 에밀 라후드 현 대통령을 지지하는 기독교계다.
헤즈볼라 중심의 반 정부 세력은 작년 전쟁 이후 높아진 위상을 제도권 정치에 반영하려 하고 있다.
이들은 내각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수준의 각료 지분(3분의 1+1)을 요구했다가 거부당하자 전체 24개 각료직 가운데 6개를 갖고 있던 연립내각에서 탈퇴한 뒤 지난해 12월1일부터 베이루트에서 시니오라 총리 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한 농성시위에 들어갔다.
이 농성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으며, 지난 9일부터는 20만 명의 조합원을 거느린 레바논 노동조합총연맹이 시위에 가세했다. 노동계는 시니오라 총리 정부가 오는 25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레바논 전후 복구 회의를 앞두고 국제사회의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 공기업 민영화, 부가가치세 인상 등의 내용을 담은 경제개혁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것에 반발하고 있다. 레바논 정부가 자신들의 무장해제 같은 민감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을 막을 수단을 확보하려는 헤즈볼라는 조기총선을 통해 새 정부 구성이 이뤄질 때까지 시위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노동계는 현 정부가 이미 발표한 경제개혁 프로그램을 철회할 때까지 시위를 이어간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그러나 시니오라 총리는 헤즈볼라와 노동계의 시위를 `쿠데타' 기도로 규정하면서 갈 길을 가겠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레바논 내정은 이로 인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싸움에서 레바논 내부 세력끼리 다투는 구도로 바뀌었고, 이 같은 대립상황이 계속되면 무장조직을 거느린 헤즈볼라 지지세력과 현 정부 지지세력의 무력충돌로 비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 레바논 주둔 유엔군 위상 = 유엔 결의에 따라 이스라엘과 접경한 레바논 남부 지역에 배치되고 있는 유엔군(UNIFIL)은 애초 계획됐던 1만5천명 수준에 근접한 1만3천800여명의 전개가 완료됐다. 지금까지 병력을 파견한 국가는 이탈리아(2천450명), 독일(2천400명), 프랑스(2천명), 중국, 스페인, 인도네시아(각 1천명), 네팔(850명), 폴란드(500명), 말레이시아(360명) 등으로, 이스라엘의 최대 우방인 미국과 영국은 병력을 보내지 않고 있다. 한국이 350명을 파견하면 규모로는 14번째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등 주요 유럽 국가들은 1978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이후 배치된 기존 병력 규모를 늘리는 방식으로 평화유지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그동안 레바논에 주둔했던 유엔군은 현지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UNIFIL이 일방적으로 이스라엘 편을 드는 점령군으로 주민들에게 인식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보리의 휴전 결의에 따라 새롭게 배치되는 UNIFIL에 대해서는 이전의 유엔군과는 다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는 주민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쟁 후 레바논에서 활동한 평화운동가 한상진씨는 지난해 9월 작성한 보고서에서 UNIFIL이 헤즈볼라의 무장해제를 시도할 경우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스라엘의 도발을 막아내는 활동을 하면 레바논 국민의 유엔군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레바논에서 가장 결집된 목소리를 내는 헤즈볼라 지지자들 사이에는 한국이 친 이스라엘 국가라는 인식이 강해 유엔군으로 활동하게 될 한국군의 이미지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특히 한국군의 레바논 파견 문제가 언론에 보도된 15일부터 치피 리브니 이스라엘 외무장관이 사흘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 것은 향후 한국군의 평화유지 활동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한국군 주둔 예정지 티르는 안전한가 = 한국군이 평화유지 활동을 할 유력한 장소로 거론되는 티르(아랍어 지명:수르)는 베이루트에서 남쪽으로 81㎞ 떨어진 지중해 연안의 항구도시로, 레바논 남부 지역에서 가장 큰 마을이다. 이스라엘 국경까지의 거리는 불과 20㎞ 정도 밖에 안된다. 항구도시라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UNIFIL의 군수물자를 실어나르는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이곳은 레바논 내전 당시 격전의 현장이었고, 지난해 전쟁 때에도 기간시설 파괴에 나선 이스라엘 군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았다. 티르는 시아파가 대부분인 다른 남부 지역 마을과는 달리 시아파 무슬림과 기독교인이 섞여 살고 있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이 재침공하거나 정파간 내전이 재발할 경우 극심한 혼란에 빠져들 수 있는 곳 중의 하나가 티르라는 지적이 많다. 유엔은 티르 지역에 UNIFIL 군수기지를 건설해 이 기지의 경계와 보급품 호송 임무를 한국군에 맡길 것으로 알려졌다. 레바논 현지의 한 소식통은 "일찍 파병한 나라들이 보급 및 안전 문제와 임무 성격 등을 고려해 상대적으로 좋은 지역을 선점했기 때문에 한국군이 선택할 여지가 많지 않을 것"이라며 티르의 장점은 항구도시이기 때문에 유사시 탈출이 용이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박세진 특파원 parksj@yna.co.kr (카이로=연합뉴스)
이 농성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으며, 지난 9일부터는 20만 명의 조합원을 거느린 레바논 노동조합총연맹이 시위에 가세했다. 노동계는 시니오라 총리 정부가 오는 25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레바논 전후 복구 회의를 앞두고 국제사회의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 공기업 민영화, 부가가치세 인상 등의 내용을 담은 경제개혁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것에 반발하고 있다. 레바논 정부가 자신들의 무장해제 같은 민감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을 막을 수단을 확보하려는 헤즈볼라는 조기총선을 통해 새 정부 구성이 이뤄질 때까지 시위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노동계는 현 정부가 이미 발표한 경제개혁 프로그램을 철회할 때까지 시위를 이어간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그러나 시니오라 총리는 헤즈볼라와 노동계의 시위를 `쿠데타' 기도로 규정하면서 갈 길을 가겠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레바논 내정은 이로 인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싸움에서 레바논 내부 세력끼리 다투는 구도로 바뀌었고, 이 같은 대립상황이 계속되면 무장조직을 거느린 헤즈볼라 지지세력과 현 정부 지지세력의 무력충돌로 비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 레바논 주둔 유엔군 위상 = 유엔 결의에 따라 이스라엘과 접경한 레바논 남부 지역에 배치되고 있는 유엔군(UNIFIL)은 애초 계획됐던 1만5천명 수준에 근접한 1만3천800여명의 전개가 완료됐다. 지금까지 병력을 파견한 국가는 이탈리아(2천450명), 독일(2천400명), 프랑스(2천명), 중국, 스페인, 인도네시아(각 1천명), 네팔(850명), 폴란드(500명), 말레이시아(360명) 등으로, 이스라엘의 최대 우방인 미국과 영국은 병력을 보내지 않고 있다. 한국이 350명을 파견하면 규모로는 14번째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등 주요 유럽 국가들은 1978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이후 배치된 기존 병력 규모를 늘리는 방식으로 평화유지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그동안 레바논에 주둔했던 유엔군은 현지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UNIFIL이 일방적으로 이스라엘 편을 드는 점령군으로 주민들에게 인식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보리의 휴전 결의에 따라 새롭게 배치되는 UNIFIL에 대해서는 이전의 유엔군과는 다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는 주민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쟁 후 레바논에서 활동한 평화운동가 한상진씨는 지난해 9월 작성한 보고서에서 UNIFIL이 헤즈볼라의 무장해제를 시도할 경우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스라엘의 도발을 막아내는 활동을 하면 레바논 국민의 유엔군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레바논에서 가장 결집된 목소리를 내는 헤즈볼라 지지자들 사이에는 한국이 친 이스라엘 국가라는 인식이 강해 유엔군으로 활동하게 될 한국군의 이미지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특히 한국군의 레바논 파견 문제가 언론에 보도된 15일부터 치피 리브니 이스라엘 외무장관이 사흘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 것은 향후 한국군의 평화유지 활동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한국군 주둔 예정지 티르는 안전한가 = 한국군이 평화유지 활동을 할 유력한 장소로 거론되는 티르(아랍어 지명:수르)는 베이루트에서 남쪽으로 81㎞ 떨어진 지중해 연안의 항구도시로, 레바논 남부 지역에서 가장 큰 마을이다. 이스라엘 국경까지의 거리는 불과 20㎞ 정도 밖에 안된다. 항구도시라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UNIFIL의 군수물자를 실어나르는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이곳은 레바논 내전 당시 격전의 현장이었고, 지난해 전쟁 때에도 기간시설 파괴에 나선 이스라엘 군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았다. 티르는 시아파가 대부분인 다른 남부 지역 마을과는 달리 시아파 무슬림과 기독교인이 섞여 살고 있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이 재침공하거나 정파간 내전이 재발할 경우 극심한 혼란에 빠져들 수 있는 곳 중의 하나가 티르라는 지적이 많다. 유엔은 티르 지역에 UNIFIL 군수기지를 건설해 이 기지의 경계와 보급품 호송 임무를 한국군에 맡길 것으로 알려졌다. 레바논 현지의 한 소식통은 "일찍 파병한 나라들이 보급 및 안전 문제와 임무 성격 등을 고려해 상대적으로 좋은 지역을 선점했기 때문에 한국군이 선택할 여지가 많지 않을 것"이라며 티르의 장점은 항구도시이기 때문에 유사시 탈출이 용이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박세진 특파원 parksj@yna.co.kr (카이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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