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의회 ‘성폭행 혐의’ 대통령 탄핵 움직임

이' 헌정 사상 초유..대통령은 직무권 정지 자진 요청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가 모셰 카차브 이스라엘 대통령이 자신의 여직원 성폭행 혐의를 강력히 부인했음에도 불구, 이스라엘 역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에 대해 권한 정지나 탄핵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카차브 대통령은 24일 자신의 결백을 강력히 주장하며 의회 의장에게 명예회복을 위해 싸우는 동안 임시로 대통령 권한을 중지시켜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의회 의원들 사이에서는 대통령과 총리를 포함한 고위 관리들에게 이제까지 전례가 없는 탄핵 조치를 권고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의회 의원 30명은 이미 대통령을 탄핵하기 위한 청원서에 서명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카차브 대통령이 공식 기소되면 이스라엘 건국 이후 최고위 인사의 사법 처리 사례가 되며 이스라엘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기소되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

카자브 대통령은 이와 관련 자신이 공식 기소되면 "한 순간도 더 대통령 관저에서 머물지 않겠다" "사직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대통령이 사임하거나 탄핵되면 면책 특권이 박탈되고 의회가 후임 대통령을 찾기 전까지는 의회 의장이 대통령 권한 대행직을 수행하게 된다.

이스라엘 법체계상 대통령은 재임기간 면책특권이 있으며 현직에서 사임하거나 임기가 끝나야 재판에 회부될 수 있다.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도 성범죄에 연루된 카차브 대통령이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올메르트 총리는 24일 카치브 대통령의 반박 기자회견 직후 "지금까지 정황으로 볼 때 대통령이 그의 직위를 계속 수행할 수 없다고 확신한다"며 "그는 반드시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올메르트 총리 역시 2005년 재무장관 재직시 이스라엘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국영 레우미 은행의 경영권 매각 과정에서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를 받고 있어 야당의 사임 압력을 받는 처지다.

앞서 이스라엘 법무부는 카차브 대통령이 자신의 직위를 남용, 관광장관 재직시부터 몇 년에 걸쳐 여직원 4명을 집무실에서 성폭행하고 성희롱 또는 부정한 성관계까지 맺은 혐의가 있으며 충분한 증거까지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하지만 카차브 대통령이 사임하거나 의회로부터 탄핵을 받지 않으면 기소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카차브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해고된 데 앙심을 품은 몇몇 직원의 근거 없는 보복성 모함이라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강훈상 특파원 [e-mail] (두바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