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드르족 분포·자치 지역
터키,게릴라소탕 명분 쿠르드자치지역 침공 경고
이라크-이란 국경에 병력 24만명 배치
이라크-이란 국경에 병력 24만명 배치
쿠르드족 자치지역인 이라크 북부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사실상 독립국가화한 이 지역에 대해 터키가 침공을 본격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터키 국경에서 160㎞ 떨어진 쿠르드 자치정부 수도 아르빌에는 한국군 자이툰부대 병력 2300여명이 주둔 중이다.
<알자지라> 방송 인터넷판은 26일 터키 의회가 지난주 비밀회기 동안 이라크 북부에 대한 군사행동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국경을 넘어, 이 곳에서 세력을 키우는 쿠르드노동자당(PKK)을 토벌해야 한다는 게 터키 정치권과 군부의 입장이다. 같은 날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압둘라 굴 터키 외무장관은 “이라크가 분할되면 진짜 내전이 벌어지고, 이웃나라가 모두 휘말린다”며 미국이 쿠르드족 국가를 허용하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터키 일간 <오르타도구>는 터키 정부가 병력 24만명을 이라크·이란과의 국경에 배치해놓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1984년 시작된 터키 군과 쿠르드노동자당의 싸움에서 3만여명이 숨졌다.
유전지대인 키르쿠크의 향방도 ‘뜨거운 감자’다. 터키는 100억배럴이라는 막대한 원유매장량을 지닌 키르쿠크에 터키인들과 아랍인들이 섞여 산다며, 쿠르드 자치지역으로의 편입을 극구 반대하고 있다. 키르쿠크에서는 올해 쿠르드 자치지역 편입 여부를 결정하는 주민투표가 예정돼 있다. 터키는 쿠르드 자치정부가 투표에 대비해 60여만명의 쿠르드족을 키르쿠크에 전입시켰다고 비난하고 있다.
터키의 ‘행동’ 개시에는 미국이 주요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니컬러스 번스 미국 국무차관은 18일 레제프 에르도안 총리를 만난 직후 키르쿠크는 “주권국인 이라크의 문제”라고 못박았다. 터키의 위협은 미국과 이라크 정부를 압박해 쿠르드족을 제어하려는 의도에서 나오는 엄포라는 풀이도 나온다.
반면, 터키가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5월 대선과 10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 정당이 하나같이 강경 대응을 주문해 내부 압력이 커지고 있다.
이란도 쿠르디스탄(쿠르드 자치정부 통치지역)이 자국의 쿠르드족을 자극하는 근거지가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달 이란을 방문한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와 이라크 쿠르드족 문제를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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