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동지역에서 이란의 패권 확장을 막기 위해 친미 아랍권 국가들과 집단적인 군사동맹을 구축할 가능성이 있다고 이집트의 시사 주간지 알-아흐람 알-아라비가 19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란에 대한 서방 언론의 공세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며 그 대표적 사례로 시아파 주류 국가인 이란의 위협을 부각시켜 수니파가 주류인 아랍권 국가들과 이스라엘을 미국 주도의 역내 군사동맹으로 묶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을 들었다.
이 신문은 미국 언론은 중동지역의 현 정치상황이 나토(NATOㆍ북대서양조약기구)가 출범할 당시 미국이 처한 환경과 비슷하다고 지적하면서 나토를 모델로 하는 중동지역의 군사동맹으로 마토(MATO)를 창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토는 중동 대테러기구를 뜻하는 `Mideast Anti-Terrorism Organization'의 머리글자를 합성한 조어이다.
미국 언론은 마토는 친미 아랍국가인 이집트, 요르단과 사우디 아라비아, 쿠웨이트, 카타르, 오만, 바레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걸프협력협의회(GCC) 소속 6개국 및 이스라엘을 포함해야 한다며 마토의 주요 역할로 핵 개발을 추구하는 이란과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위협에 공동 대처하는 것을 꼽고 있다고 이 신문은 밝혔다.
이 신문은 마토가 창설되면 나토가 중동지역으로 확대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언론의 마토 창설 주장에 대해 미 행정부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 지에 대해 이 신문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중동지역을 잇따라 방문해 마토의 잠재 회원국으로 거론되는 친미 아랍권 국가의 외무장관 회담을 주재한 것이 마토 창설을 위한 준비작업의 일환일 지 모른다는 분석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당시 아랍권 언론은 미국이 중동지역의 친미 아랍 국가들을 규합해 이란과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에 맞서는 `온건의 축'을 만들려 하고 있다고 진단했었다.
한편 이스라엘이 미국의 뜻에 따라 다른 수니파 아랍국가들과 손잡고 마토를 출범시키려면 상호 평화조약을 체결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아랍권 국가들의 요구에 따라 팔레스타인 문제에서 일정 부분을 양보해야 할 것이라고 알-아흐람 알-아라비는 지적했다.
아랍권 국가 중에서 현재 이스라엘과 평화조약을 맺은 나라는 이집트와 요르단 뿐이다.
일부 중동문제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과 주변 아랍 국가들 간의 오랜 대립 관계를 들어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를 아우르는 마토가 창설될 가능성을 낮게 봤다.
◇ 나토 = 미국이 2차 대전 후 옛 소련 주도의 공산주의 팽창을 저지하기 위해 출범시킨 집단 안보기구. 1949년 미국 워싱턴에서 미국, 캐나다 등 북미 2개국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10개국으로 출발했다. 옛 소련은 나토에 맞서 1955년 바르샤바조약기구를 결성해 미국과의 본격적인 냉전에 돌입했다. 구 소련의 붕괴와 냉전 종식으로 나토의 존재 이유가 퇴색되는 듯 했지만 미국은 2001년의 9.11 테러를 계기로 나토의 활동범위를 대테러 전쟁과 평화유지 활동 쪽으로 오히려 넓혀가고 있다.
박세진 특파원 parksj@yna.co.kr (카이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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