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이라크에서 진행되고 있는 분쟁 상황을 '내전'으로 부를 수 있을까.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가 이러한 평가를 심각하게 회의하기 시작했다고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CSM) 인터넷판이 27일 전했다.
이라크 주둔 미군 지휘관 서열 2위인 레이 오디어노 중장은 지난주 한 브리핑에서 "이라크는 엄청난 복합영화관"이라며 "그곳의 치안은 매일 수많은 다른 요인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는 이라크 전쟁이 '하나의 전쟁'이 아닌 네개 혹은 다섯개의 다르고 대조적인 분쟁의 집합임을 지적한 것이라고 CSM은 풀이했다. 미국은 이라크에서 동시에 여러 다른 상대와 여러개의 다른 체스 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반란 진압활동의 주요원칙은 적을 완전히 이해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라크에는 알아야 할 '적'이 많다. 수니파 분파부터 시아파 민병대, 알카에다 조직원, 주변 국가의 정보요원, 그리고 범죄자들까지.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전 대통령이 지난 2003년 권좌에서 쫓겨난 뒤에도 도널드 럼즈펠드 당시 미 국방장관과 부시 행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이라크에서 지속된 폭력사태를 '반미 폭동'으로 부르기를 주저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국방장관이 바뀐 뒤 입장이 변하기 시작했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내전'이라는 묘사는 이라크의 상황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그는 "본질적으로 이라크에는 네개의 전쟁이 있다"고 말했다. 그 첫째가 석유가 풍부한 남쪽 바스라와 다른 지역을 둘러싼 시아파 대(對) 시아파의 전쟁, 두번째가 시아파 대 수니파 등 종파간의 전투이다. 셋째는 수니파의 반미 폭동이며 네번째는 수니파의 폭동을 지시하거나 지원하고, 수니파와 시아파의 폭력을 선동하는 알카에다라는 것이다.
또 여기에 광범위한 범죄 행위도 포함된다고 미국의 '국가정보평가(NIE)' 보고서는 지적했다. NIE는 이라크는 내전의 기미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전이라는 말은 이라크에서 벌어지는 분쟁의 복잡성을 충분히 포착하지 못하고 있다고 결론내고 있다.
그렇다면 조지 부시 대통령의 새로운 전략이 이러한 복잡성에 잘 대처할 수 있을까. 이러한 물음에 대해 미국 터프츠 대학 윌리엄 마텔 교수는 이라크에서의 치안을 확립하려는 노력을 끈질기게 관철함으로써 미국은 많은 적과 대적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들 그룹의 전략 목표는 미국을 이라크에서 내쫓는 것"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다른 전문가들은 이라크 분쟁의 혼돈 상황으로 미뤄볼 때 현재의 바그다드에서 치안을 확립하려는 미국의 노력은 기껏해야 한시적인 평정만을 가져오는데 그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분쟁의 종식이 종파간 갈등을 해소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CSM은 역사는 다수의 내전은 한쪽이 승리해야 끝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면서 미국이 이라크에서 추진중인 방식, 즉 권력을 나눠갖고 국가적 화해를 추진하는 방안은 극히 드물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2가지 요인이 권력을 나눠갖는 방식을 가능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이라크의 경우는 시아파와 수니파 양측간의 결속을 이끌어내거나 양측의 군사력을 확실히 드러내주는 일정 기간의 전쟁을 치르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현재 이라크에는 이들 두가지 가운데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고 있다고 스탠퍼드 대학 제임스 페어론 교수는 지적했다. 신지홍 기자 shin@yna.co.kr (서울=연합뉴스)
CSM은 역사는 다수의 내전은 한쪽이 승리해야 끝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면서 미국이 이라크에서 추진중인 방식, 즉 권력을 나눠갖고 국가적 화해를 추진하는 방안은 극히 드물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2가지 요인이 권력을 나눠갖는 방식을 가능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이라크의 경우는 시아파와 수니파 양측간의 결속을 이끌어내거나 양측의 군사력을 확실히 드러내주는 일정 기간의 전쟁을 치르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현재 이라크에는 이들 두가지 가운데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고 있다고 스탠퍼드 대학 제임스 페어론 교수는 지적했다. 신지홍 기자 shin@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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