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걸프만에 파견된 미 항공모함 드와이트 아이젠하워호에서 F/A-18E 슈퍼호넷 전투기가 날아오르고 있다. 이날 미 해군은 걸프만에서 군함 15척과 항공기 100여대 등을 총동원한 대규모 군사기동훈련을 개시했다고 발표했다. 걸프만/AFP 연합
나포 영국군 사태, 미 대사관 인질사태와 유사
반서방 기류·인질교환 닮은 꼴…긴장고조
반서방 기류·인질교환 닮은 꼴…긴장고조
23일 발생한 이란의 영국군 나포사건은 1970년대 말 테헤란 주재 미국 대사관 인질사태와 닮은꼴이 될 것인가? 이슬람혁명으로 쫓겨난 팔레비 전 이란 국왕이 미국에 입국한 지 2주일 뒤인 79년 11월4일 급진 이란 대학생들이 테헤란 주재 미국 대사관을 점거했다. 이란의 온건파 총리인 메디 바자르간은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미국 대통령 안보보좌관과 만나 외교적 해결을 모색했다. 하지만 역풍이 거세게 일자, 내각이 총사퇴했다. 미국에서도 이란인들을 모두 추방하라는 여론이 들끓었다. 이란의 강경파들은 이 사태를 친서방 세력을 숙청하고, 권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았다. 인질사태는 444일 동안 지속됐고, 지미 카터 민주당 정권은 재선에 실패했다. 로널드 레이건 신임 대통령의 취임식 날이 돼서야 인질이 풀려나며 사태가 끝났다. 이번 영국군 나포사건은 당시 미국 대사관 인질사태와 비슷한 점이 적지 않다. 첫째, 이란과 서방의 극단적 대치다. 당시는 이란의 이슬람혁명을 놓고, 현재는 이란의 핵 개발을 놓고 양쪽이 맞선다. 둘째, 미국의 외교적 곤경이다. 당시 카터 정권은 이란혁명과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으로, 현재 조지 부시 정권과 토니 블레어 영국 정부는 이라크전 실패로 외교적 곤경에 처해 있다. 셋째, 반서방을 내세운 이란 정권의 권력 강화 움직임이다. 당시는 혁명 직후 반서방 강경 분위기로, 현재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정권은 핵 개발을 지렛대로 이란 정권이 힘을 다지고 있다. 이번 사태가 70년대 말 인질사태처럼 미·영에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점도 비슷하다. 영국 쪽은 나포된 영국군이 이란 해역에서 활동하지 않았다는 당시의 위성사진 증거를 내놓는 등 외교적 노력에 힘을 쏟는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블레어 총리는 27일 외교적 노력이 통하지 않으면 “다른 국면에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미 해군은 두 대의 항모와 100대의 전투기가 참가하는 이라크 침공 이후 최대 규모의 해상훈련을 페르시아만에서 시작했다. 미·영은 군사훈련이 이번 사태와 관계 없이 예정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의길 기자 Egil@hani.co.kr
이란 외무 “여군 1명 석방예정” 27일 걸프만에 파견된 미 항공모함 드와이트 아이젠하워호에서 F/A-18E 슈퍼호넷 전투기가 날아오르고 있다. 이날 미 해군은 걸프만에서 군함 15척과 항공기 100여대 등을 총동원한 대규모 군사기동훈련을 개시했다고 발표했다. 걸프만/AF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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