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파 결집 의도 분석
이란 당국이 남성들의 서양식 멋내기를 금지시켰다.
<로이터> 통신은 29일 이란 경찰이 최근 테헤란의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고 있는‘서양식 머리 스타일을 금지한다’는 공식 명령을 이발사들에게 내렸다고 보도했다. 젤을 발라 머리를 세우는 ‘수탉 스타일’이나 할리우드 영화 배우들을 따라하는 머리 모양, 눈썹 손질이나 화장 등이 단속 대상이다. 금지령을 어긴 이발소들은 한달간 영업정지를 당하거나 영업허가가 취소된다.
지난주에는 여성들의 히잡(이슬람권의 머리 스카프)과 복장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이 벌어져 200여명이 체포되고 수천명이 경고조처를 받았다고 <비비시>(BBC) 등이 보도했다. 경찰은 테헤란의 주요 상가와 시장 근처에서, 머리카락이 드러나게 쓴 히잡, 색깔이나 무늬가 있는 히잡, 꼭 끼는 옷을 입은 여성들을 단속했다. 이에 항의하는 여성들과 경찰의 승강이가 곳곳에서 벌어졌다.
지난 10여년 이래 최대 규모인 이번 복장 단속은 최근 가열되고 있는 보수파와 개혁파간의 치열한 노선투쟁장이다. <가디언>은 30일 최근 이란 개혁파와 실용주의자들이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강경노선과 정책 실패를 공격하며, ‘민주적 방법으로 근본주의 정권을 교체시키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2005년 빈곤층의 지지로 당선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높은 실업률과 인플레이션, 유가 인상 등으로 곤혹스러운 상황에 몰려 있다. 이에 따라 핵 문제에 대한 발언 수위를 높이고 ‘이슬람 혁명정신’을 강조하는 복장 단속 등으로 보수파들을 결집시키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박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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