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기업들 ‘지구의 허파’ 헐값에…영국 크기 숲 사라져
‘소금 두봉지, 설탕 두봉지, 비누 18개, 커피 4박스, 맥주 24병’
리히텐슈타인 목재 회사인 소데포르가 콩고의 한 추장에게 벌목권을 넘겨받는 대가로 제공한 물품 목록이다. 이 업체는 아프리카 티크 나무 1㎥당 13센트(121원)를 주기로 약속했다. 유럽 시장에서 이 나무 1㎥의 가치는 수백달러에 이른다.
미국 〈에이비시〉(ABC) 방송은 지난달 30일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 관계자들의 말을 따, 서방 기업들이 중앙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정당한 대가를 치르지 않고 숲을 파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면적 230만㎢인 콩고의 열대우림은 아마존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열대우림이다. 현재 이곳에서는 20여개의 서방 기업들이 가구용으로 쓰이는 티크 나무 등을 경쟁적으로 벌목하고 있는데, 이미 영국 면적에 해당하는 15만㎢ 숲이 사라졌다.
그린피스는 서방 기업들이 종종 물정에 어두운 부족장들에게 학교나 병원을 세워주겠다는 거짓 약속을 한다고 지적했다. 협상 자체도 위협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될 때가 잦다. 그린피스 브뤼셀 본부의 슈테판 판 프라에트는 “한 목재회사는 한밤중에 콩고 정부 관리들을 대동하고 추장 집에 들이닥쳐 협상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그린피스는 지금같은 추세로 2050년까지 콩고 삼림이 훼손되면 영국이 지난 60년간 배출한 양 만큼의 이산화탄소가 대기를 떠돌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전세계적으로 목재 값은 급등하는 추세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일 중국의 목재 사재기 때문에 지난달 목재값 상승률이 10년 만에 최대인 13%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서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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