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중동·아프리카

열강들의 아프리카 수탈 ‘19세기 데자뷔’

등록 2007-05-03 18:06수정 2007-05-03 22:01

미국과 유럽 이어 중국 인도도 가세
석유 원목 광석 등 천연자원 약탈, 환경파괴 심각
3일 일어난 대우건설 직원 피랍과 시에라리온의 ‘피묻은 다이아몬드’, 20만명이 사망한 수단 다르푸르 사태의 공통점은? 모두 아프리카의 자원을 노린 강대국들의 야망이 직·간접적으로 초래한 불행이라는 점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일 ‘돌격 아프리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자원의 보고인 아프리카를 향한 강대국들의 야망이 대륙을 고통으로 이끈 19세기 제국주의 식민시대를 연상케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7년의 상황은 19세기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당시 영국과 프랑스 등이 아프리카의 ‘땅따먹기’에 열중했다면, 오늘날에는 미국과 프랑스, 영국, 중국, 인도가 좀더 구체적으로 석유와 천연가스, 목재, 다이아몬드, 금, 보크사이트 등을 노린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아프리카 자원의 핵심은 ‘저주받은 축복’으로 불리는 석유다. 강대국들의 아프리카 직접투자의 절반이 알제리, 차드, 이집트, 적도기니, 나이지리아, 수단 등 6개 석유 생산국에 집중됐다. 그 선두에는 자국 석유의 12%를 아프리카에서 조달하는 미국이 있다. 이 비율은 2015년 25%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미국에게 아프리카 석유는 반미 감정으로 들끓는 중동에서보다 확보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미군이 지난 2월 아프리카 사령부를 신설하고 세네갈, 말리, 가나, 가봉, 나미비아 등과 군사 협력에 대한 합의 체결을 서두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해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고문과 부정선거로 지탄받은 적도기니의 테오도로 오비앙 응게마 대통령을 미국의 “좋은 친구”라고 치켜세웠다.

수세기동안 아프리카에 피를 뿌려온 유럽의 공세 역시 만만치 않다. 이라크전을 반대해 중동산 석유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프랑스는 과거 식민지였던 북서 아프리카의 카메룬, 차드, 가봉의 유전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세계 자원의 ‘블랙홀’로 부상한 중국의 구애는 더욱 노골적이다. 세계 2대 석유 소비국인 중국은 자국 석유 수입량의 4분의 1을 아프리카에서 사오고, 구리와 코발트, 철강석과 백금 등의 대부분도 아프리카에서 조달하고 있다.

문제는 이 구애가 독재 정권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수단은 중국에게 석유를 팔아 얻은 1억달러로 중국산 무기를 구매해 다르푸르의 민간인을 공격했다. 비정부기구 ‘글로벌위트니스’의 사라 와이크스는 “중국 대외정책의 원칙은 아프리카에 (독재정권 여부에 관계없이) 무조건적인 경제 원조를 제공한다고 명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벌목과 광석 채굴에 따른 사막화는 물부족을 심화시켜 내전을 더욱 격화시키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가디언>은 “라이베리아 목재에서 얻은 수입의 100%, 가나와 카메룬산 목재 수입의 50%가 전쟁 자금으로 전용되고 있다는 추정이 있을 정도로 사태는 심각하다”며 “그럼에도 중국 등은 석유와 광물 채취에서 투명한 자금 흐름을 유도하는 유엔의 채취산업투명성기구(EITI)에 여전히 가입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