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전쟁에 홀로 된 5만명 극빈층 전락
“빵 두 쪽을 살 돈을 모으면 운이 좋은거죠.”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지난 2001년 미군의 폭격 때 남편을 잃은 굴은 매일 아침 구걸하러 거리로 나선다. 그의 집은 카불 남쪽 변두리에 폐허가 된 건물들 사이의 단칸 방이다. 물도 나오지 않는다. 겨울에는 기온이 영하 17도까지 떨어지지만, 난방도 되지 않는다. 어린 두 딸은 돈이 없어 학교도 못간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17일 피로 얼룩진 전쟁에서 살아남은 여성과 가족의 참담한 삶을 전했다. 굴은 남편을 전쟁에서 잃은 아프간 여성 약 200만명 가운데 한명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여성 5만명이 몰려사는 카불은 ‘남편을 잃은 세계 여성의 수도’로 불린다. 굴은 “남자들이 욕설을 퍼붓거나 추잡한 몸짓으로 희롱한다”고 말했다. 얼굴을 가린 이슬람 전통의상 부르카가 그의 존엄을 지켜줄 뿐이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자신들을 받아주거나 도와줄 친척이 없다. 연금이나 주택 등 정부의 사회보장체계는 없다. 때문에 정부청사 앞에서 죽은 남편의 닳아빠진 사진을 들고 정부의 지원을 호소하는 가엾은 여성들도 많다. 굴의 딸 시마(16)는 “우리 삶이 나아질 것 같지 않다”며 “엄마는 비렁뱅이지만 정부는 신경도 안쓴다”고 주장했다.
그나마 재혼하면 경제적 어려움을 풀 수 있지만, 쉽지 않다. 아프간 남성 대부분이 재혼하더라도 아내의 전 남편 아이를 키우기 싫어한다. 이곳에서 시민단체를 운영하는 마리아 아크라미는 “결혼한 적이 있는 여자와 사는 것이 자신들의 명예를 더럽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아르라미는 “이들은 교육도 못받고 기술도 없어 스스로 먹고 살 수 없다”며 “정부가 도와줘야할 최우선 대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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